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시 일대에 조성되는 위례신도시에선 보상을 노린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신도시, 택지지구 등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곳에서는 늘 투기가 벌어지기 마련이지만 위례신도시의 경우 새로운 투기 행태가 유독 많이 적발됐다. 위례신도시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과 비례하듯 매우 교묘한 수법의 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을 개발할 때도 분명히 보상을 노린 투기가 있었다. 당시는 사업지구 주변의 개발 가능한 땅을 중심으로 투기가 이뤄졌다. 당연히 자신의 땅이 사업지구에 편입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의 땅이 개발 사업지구 내에 편입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경제 성장에 따라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보상이 이뤄지는데다 이주·생활대책의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기꾼들의 선호도 뿐 아니라 투기 수단도 변모했다. 특히 영농 보상 부문에선 보상금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작물들로 수시로 투기 수단이 바뀌었다. 영농 보상 시행 초기에는 배와 감나무 등 과수를 심는 것이 성행했지만 이어 부추 등 다년생 작물, 단풍·벚나무 등 고급 정원수, 장미·아이비 등 화훼작물, 상황버섯 등이 신종 투기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영농 보상액 상승은 조성원가 상승, 입주민 자금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연간 농가 평균 단위경작 면적당 농작물 총수입을 영농 손실액으로 보상하는 내용의 토지보상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농작물 보상 투기를 차단하는 제도가 마련되자 축산·양봉에 대한 보상을 노린 변종 투기 수법이 개발됐다. 투기꾼들은 꿀벌 20군만 있으면 면적에 관계없이 일정 규모의 생활대책 용지가 주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양봉 투기를 벌였다.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에서는 최근 벌떼 보상 투기가 한창이다. 채소밭 비닐하우스가 양봉 비닐하우스로 둔갑하고, 벌이나 염소 먹이를 주는 외국인 근로자는 자기 고용인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획부동산과 전주(돈을 대는 사람) 등이 결탁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투기 행태는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자체 등은 '불법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투기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해당 사업단 직원들은 조를 구성해 심야와 휴일에도 사업지구 순찰을 돈다. 불법 투기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투파라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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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에서는 신종 플루처럼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 신종 투기를 엄단하지 않으면 신종 플루와 같이 빠른 속도로 퍼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신도시 보상 투기를 단순한 문제로 치부해선 안된다. 보상비 지출이 곧 택지 조성원가, 아파트 분양가, 계약자 자금부담 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상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국민 주거안정의 첫걸음이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인류 역사상 무수히 많은 감기 바이러스가 존재하지만 신종 바이러스는 늘 공포의 대상이다. 신도시 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개발 사업이 존재하는 곳엔 항상 투기가 따르지만 수시로 바뀌는 신종 투기 행태는 사회를 병들게하는 주범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신종 투기를 경계하고 확산을 막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