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10년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할 정비예정구역을 미리 지정하는 것은 부동산시장에 투자도면을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죠. 사업 추진까지는 갈길이 먼데 기대심리가 반영돼 땅값이 먼저 춤을 추잖아요." (부동산 전문가 A씨)
"2010년까지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던 정비예정구역 중 상당수가 몇 년째 사업 진척이 없어요. 기존 예정구역 중에도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구역이 수백 곳에 달하는데 또다시 수백 곳을 무더기로 지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정비사업의 개념을 바로 잡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서울시 관계자)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구역을 포함한 모든 주거지를 통합해 관리하는 '정비예정구역 지정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집값을 부추기는 정비예정구역 지정제를 없애고 주택 수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려고 만든 조치다.
현행 정비예정구역 지정제는 법정 구역지정 요건에 미달되는 지역을 미리 재개발이나 뉴타운 예정지구로 지정한 뒤 정비계획을 수립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받는 제도다. 하지만 광역기반시설 건립 계획없이 정비가 중구난방으로 이뤄져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선지정, 후개발' 방식이어서 가격만 올리고 정작 사업은 지연되는 문제도 있다.
실제 서울시가 '201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2004년 지정한 재개발 정비예정구역 299곳 중 2010년 현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40%에 불과하다. 이중 착공단계에 이른 사업장은 20% 뿐이다. 재건축의 경우 더 심각하다. 2006년 정비예정구역 319곳을 지정했지만 현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0% 수준이다.
올해는 각 지자체들이 오는 2020년까지 정비사업 기본방향을 수립해야 하는 해다. 기존 예정구역 수백 곳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마당에 현행 법대로라면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을 무더기로 추가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동산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개선방안을 모색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당초 견해 차이가 컸던 국토해양부가 의견 조율에 나선 것도 다행스럽다. 법 시행 취지와 달리 부동산값 상승과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제도는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