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블랙리스트'에 주로 오르내리는 회사가 어딘가요?"
건설업계를 출입하는 기자에게 요즘 부쩍 늘어난 질문이다. 채권 은행들이 진행 중인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와 관련해서다.
채권은행들은 이달 중 시공능력 상위 300위 이내의 건설사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이 결과를 토대로 A(정상), B(일시적 유동성 부족), C(워크아웃), D(법정관리) 등급으로 나눠 명단을 발표한 뒤 자금지원이나 퇴출 등 본격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단 지난달까지 정부는 강력한 구조조정 시그널을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엄정 대응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건설주무부처인 정종환 장관도 "죽을 기업을 살릴 수는 없다.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최근 채권단의 구조조정은 그다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6·2 지방선거 이후엔 더욱 그런 경향이 눈에 띈다.
최근 1차 부도까지 났던 한 중견건설사에 대해 채권단들이 마라톤 회의 끝에 지원 연장을 결정하자 일각에선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지방선거 이후 지역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런 모습도 보인다.
지난 4일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와 만난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부도 건설업체에 대한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해 칼날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때문에 이번 평가가 당초 '퇴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과 달리 지난해처럼 '살리기'로 초점이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 튼실한 건설사마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각종 루머의 생산과 확대로 인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업종의 영향으로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건설주(株)들도 다수다.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치밀한 검증도 필수다. 지난해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진 것은 평가자의 잘못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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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지 않고 적당히 지나갈 경우 우량 업체 동반 부실은 물론 제2의 금융위기 같은 더 큰 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을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