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혀질 거, 왜 비밀로 한답니까."
지난 25일 채권금융기관의 신용위험 평가결과 발표 이후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채권은행을 향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채권단이 지난해 1·2차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때와 달리 이번 3차 때는 C·D등급 건설사 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과 증권가 '리스트'를 통해 해당 건설사의 명단이 돌긴 했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아직 없어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채권단은 해당 건설사에 등급을 통보하기로 했다지만 통보를 받은 건설사가 굳이 나서서 회사의 위기를 밝힐 이유도 없다. 이번 발표에서 C등급을 받은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야 워낙 예전부터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된 곳이라 순순히 이야기하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회사가 직접 나서서 "우리 워크아웃 대상이요"라고 밝힐 이유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기업들이 워크아웃 관련 공시를 하면 확인이 되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이 상장사에 법정관리·파산 등을 요구하면 회사는 관련 공문을 받아야 공시의무가 생긴다.
워크아웃의 경우 상장사는 실제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공시를 하면 된다. 시장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자 거래소는 25일 벽산건설 남광토건 등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남광토건의 경우 워크아웃 추진설이 한창이던 지난 5월부터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워크아웃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몇 차례 요구받았다.
실명 비공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유사 상호업체와 협력업체의 몫이 됐다. 한때 C등급에 들었다는 오해를 받은 건설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소문이 돌게 방치하는 것은 건설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협력업체들 역시 자신들이 거래하는 건설사가 현재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이 안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단은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명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탓에 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채권은행의 의도와 달리 침체된 건설경기에 '확인사살'을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