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비아에서 정부가 할 일

[기자수첩]리비아에서 정부가 할 일

송지유 기자
2011.03.08 07:49

 "낮에 순찰 돌던 군인과 용병이 밤만되면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어요. 가난한 시민들이 언제 폭도로 돌변할지 몰라 숙소에서 불안에 떨며 밤을 지샜습니다."(리비아 탈출 A건설사 직원)

 "어린 자녀들 때문에 정말 조마조마했어요. 정부가 뭔지, 시위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왜 학교에 못가는지, 왜 집에서 못나가는지 설명하는 것조차 난감했죠. 다시는 리비아로 가고 싶지 않아요."(리비아 탈출 B건설사 직원 부인)

 리비아에서 반정부시위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건설근로자와 가족들의 출국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1262명이 육로와 선박, 항공을 이용해 리비아를 탈출했다.

시위대로 돌변한 시민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총소리. 리비아를 탈출한 근로자들이 전한 현장 분위기다. 문제는 이곳에 100명 남짓한 국내 건설사 직원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위험 속에서 군인도 아닌 건설근로자들이 목숨을 걸고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뭘까. 아직 받지 못한 막대한 공사대금 때문이다. 직원들이 전원 철수한 상황에서 현장이 심각하게 훼손되면 결국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전쟁이나 내란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했을 때 현장 유지·보존 등 최소 의무사항을 지킨다면 선수금(통상 공사비의 15%)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공사 재개시 기간 연장은 물론 보상비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한국 근로자들에게 긴급철수를 권고한 가운데 끝까지 현장에 남아 있는 우리의 건설역군들. 이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정부는 리비아 진출 건설사에 대한 지원에 팔소매를 걷고 나서야 한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21개 진출 건설사가 수행 중인 공사규모는 90억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현장파손, 장비분실 등 이번 반정부시위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지에 진출한 건설사들의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이들이 자금난에 몰리지 않도록 채무연장, 자금수혈 등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피해보상은 물론 현장에 즉시 복귀토록 정부간 협의체계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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