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업체와 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달 19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현지인 A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국내 한 건설사의 싱가포르 현장 회계팀에서 일한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로컬(Local) 채용 인력'이다.
A씨가 한국업체에서의 일을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내 군사문화 때문이다. 기업이란 조직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상명하복은 피할 수 없지만 한국업체는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과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절반 수준의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의 회사와 일해봤지만 (한국업체가) 가장 힘들다"며 "한국 건설사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훌륭해도 함께 일하기는 두려운 존재"라고 말했다.
걱정스런 부분은 이 지점이다. 싱가포르 현지인이 한국 건설사를 기피하면 이는 고스란히 경쟁력 저하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의 전제조건인 우수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요즘 싱가포르 진출업체 사이에선 로컬인력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한다. 임금이 싸고 경기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규모를 조정할 수 있어 건설사마다 로컬직원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싱가포르 엔지니어는 한정돼 있어서다.
다양한 건설사가 '러브콜'을 보내니 이들이 수평적 기업문화를 갖추고 현지채용 인력과 본사 직원간 차별이 적은 회사를 선택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과정에서 한국 건설사가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연히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건설사 특유의 군사적 기업문화가 경쟁력을 키워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자칫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건설현장에선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란 점도 일견 사실이다. 날씨 변화와 여러 돌발변수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기에 일과 휴식의 경계도 불분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좁아진 국내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해외시장을 공략 중인 건설사라면 현지 인력의 문화적 성향, 생활습관, 외국인 노동자로서 자연히 생겼을 자격지심까지 배려할 필요가 있다. 다인종간 화합을 위해 매일 회식을 하자던 건설사 임원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는 A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 필요성은 더 확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