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의 무력

[기자수첩]국회의 무력

조철희 기자
2011.11.23 10:19

한국 의회는 무력(無力)하다. 의회의 제 몫인 갈등 조정 능력도 없지만 때마다 무력(武力)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갈등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의회에서 너무도 무력하게, 사실상 무력으로 비준됐다.

해외 언론도 한국 의회의 무력을 알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가 한나라당 주도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 직후 대부분의 보도기사들은 사회·경제적 분석과 평가보다는 국회의 비준안 처리 과정에 주목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표결을 강행하고 최루탄 소동이 벌어지는 등 혼란 속에서 비준안이 통과됐다고 전한 기사들이 많았다.

AP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을 우려해 당초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았지만 결국 야당의 저항을 뚫고 비준안을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나라당이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표결 일정을 잡아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비준했다고 전했다.

또 외신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 한 야당 의원의 '최루탄 살포' 장면이다. 야당 저항의 한 대목으로 전해졌지만 냉소와 비아냥이 엿보였다. 뉴욕타임스 블로그는 관련 동영상까지 게재하면서 한국 정치인들이 마구잡이식 정치를 잘한다고 비꼬았다. 지난 2008년 한미FTA 비준 처리 과정에서 등장했던 해머와 소화기도 얘기했다.

수와 힘의 무력을 앞세운 여당. 힘을 모아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고 최루탄이나 터뜨리며 무력하게 밀린 야당. 한국 정치는 지금 조롱거리가 됐다. 혹시 이 수첩도 국회의원 집단 모욕죄에 해당될까.

같은 시기 미국 의회도 무력함을 드러냈다. 사상 초유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불러온 재정적자 감축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스스로 정한 기한 내에 내놓지 못하게 된 것. 정치권 갈등도 등급 강등의 이유였지만 하나 나아진 게 없었다.

그런 미 의회지만 한국 의회가 더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것을 이미 예견했던 듯하다. 사사건건 갈등인 미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달 한미FTA 이행법안을 역대 최단인 불과 6일만에 상·하원에서 동시에 처리하며 한국 의회에 가볍게 공을 넘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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