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승훈 삼성물산 기술연구소 콘크리트 재료 R&D 파트장
- 세계 최고 양생·압송기술로 '부르즈칼리파' 시공
- 현지 토양·기후 맞춤형 가이드라인 제작 성과

"'콘크리트'는 속된 말로 '공구리'가 아닙니다. 콘크리트라고 하면 특별한 기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드물지만 알고 보면 콘크리트만큼 예민하고 복잡한 기술력이 필요한 건축자재는 없습니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이 시공한 세계 최고 높이의 '부르즈칼리파'. 지상 828m 높이의 인공구조물을 60개월 만에 준공한 데는 삼성물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콘크리트 양생·압송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물산이 세계적인 콘크리트 기술을 확보한 것은 20년간 콘크리트 한 우물만 파온 이승훈 기술연구소 콘크리트재료 R&D파트장(48·사진)이 있어 가능했다.
이 파트장은 토목부터 건축, 플랜트에 이르기까지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현장의 콘크리트 기술을 책임진다. 이 파트장에 따르면 현재 지상으로부터 최고 800m 높이까지 콘크리트를 수직으로 압송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업체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이론적으로 1㎞까지 수직압송이 가능하지만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 800m다. 162층 '부르즈칼리파'에 적용된 기술이 600m였으니 현재 기술로도 2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건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펌프만 좋다고 콘크리트를 높이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파트장은 "초고층을 버틸 수 있는 고강도에 적당한 점성을 유지하면서도 굳지 않은 채 800m 이상 콘크리트를 압송하는 기술은 삼성물산을 초고층 건축물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소개했다.
삼성물산은 이같은 콘크리트 수직압송 기술은 물론 고강도 콘크리트를 섭씨 50도 넘나드는 사막 한가운데서 3일 만에 양생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은 수중불분리성 콘크리트, 블랙컬러 콘크리트, 친환경 콘크리트 등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단순 기술력 확보뿐 아니라 실제 시공에도 적용된 살아있는 기술들이라는 게 이 파트장의 자랑이다.
최근 이 파트장에겐 새로운 미션이 떨어졌다. 삼성물산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수주지역 현지의 토양과 기후, 자재성분, 자재관련 인·허가사항 등을 미리 챙기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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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그는 삼성물산의 예상 수주지역의 콘크리트자재 관련 정보를 모아 맞춤형 콘크리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수주영업 과정에서 위력을 발했다. 지난해 인도에서 수주한 '월리타워'(Worli Tower) 프로젝트의 경우 이 수석연구원이 미리 만들어놓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만든 사업제안서가 발주처 관계자들을 사로잡은 사례다.
이 파트장은 "현지 기후와 토양에 맞게 콘크리트 배합비율을 미리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며 "시행착오가 줄어드는 만큼 공기가 단축돼 원가절감 효과도 컸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최근엔 말레이시아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기까지 삼성물산이 진출하려는 국가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업데이트해나갈 계획이다.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토목·자재관련 전공을 했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 이론을 적용하기 위해선 다년 간의 실무경력이 필수여서다. 일일이 후임연구원들을 데리고 현장을 돌면서 2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것이다.
이 파트장은 "건설업에 있어 철근이 뼈대라면 콘크리트는 '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콘크리트에 대한 꾸준한 기술개발이야말로 건설사 100년 생존의 열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