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TI풀면 모두 해결되나?

[기자수첩]DTI풀면 모두 해결되나?

전병윤 기자
2012.06.28 06:45

 지난 26일 벽산건설마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상황이 더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우다. 풍림산업, 우림건설에 이어 올 들어서만 3번째다.

금융권의 자금 옥죄기를 견디지 못한 게 결정타였다. 좀 더 살펴보면 주채권은행과 채권은행 사이, 또는 채권은행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 사이 이해관계가 달라 법정관리란 파국으로 진행된 측면이 크다.

 감독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과 PF대주단의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역할분담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아직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여서 결과물을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전까지 제2의 풍림산업, 우림건설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러다 멀쩡한 회사도 자금줄이 말라 문 닫게 생겼다"는 푸념은 엄살이 아니다. 금융권의 PF를 대체할 수단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고선 중견건설사의 경우 회사채나 CP(기업어음)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 대체수단으로 각광받던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마저 감독당국의 감독강화로 증권사들이 손을 빼고 있다.

 상환압박은 커지고 수시로 자금수요는 생기는 데 빌릴 곳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일시적 자금경색이 빈번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기의 건설사를 구하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이런 접근보다는 다양한 금융지원을 마련해주는 게 견실한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선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이는 근본 원인이 과도한 부채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의 진원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의 거품이었다. DTI 완화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DTI를 푼다고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먹히지도 않을 DTI 풀라고 주장하느니,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의 금융시장 구조를 개선해 견실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게 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도록 지혜를 짜는 게 더욱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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