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시장 개선과 건설업 구조조정

[기자수첩]금융시장 개선과 건설업 구조조정

전병윤 기자
2012.09.20 06:25

 건설업계가 어렵다.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27곳에 달한다.

 드러난 숫자일 뿐 자금난에 허덕이며 간신히 고비를 넘긴 곳도 적지 않다. 부실 건설사 숫자는 갈수록 불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장에서는 몇몇 업체가 하도급대금 결제를 못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문이 떠돈다. 모 중견건설사는 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위기국면"이라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진단은 과장이 아니다. 경쟁력 없는 부실기업이 자연스레 퇴출되는 과정이라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괜찮던 기업마저 서서히 돈줄이 말라 고사상태에 빠지는 것은 심각하다. 금융시장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주택경기에 의존한 천수답 경영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건설사에 1차 책임이 있다. 하지만 밀물처럼 몰려들다가 위험신호라도 감지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 금융권도 분명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단타로 들락날락했던 자금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조장한 만큼 건설사 부실에도 한몫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왜 도와줘야 하냐"는 금융권의 불만은 거품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과거를 잊은 것처럼 들린다.

 모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는 금융의 본질을 제조업의 그림자라고 했다. 제조업이 없으면 금융도 없다는 얘기다. 금융의 책임론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좀 더 살펴보면 천편일률적인 금융시장 구조도 건설업 위기와 닿아있다. 은행권은 담보대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큰손인 연기금도 '저위험·저수익' 투자에만 매몰되는 경향을 보인다. '고위험·고수익' '중위험·중수익'처럼 위험수준과 기대수익에 맞는 다른 형태의 금융시장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다.

 이래선 시중에 돈이 아무리 풀려도 한 자리에서만 맴돌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금융권 책임론과 금융시장의 극단적 리스크 회피성향을 개선하려는 논의는 건설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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