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 부실조사로 의혹만 커져"

"자동차 급발진 사고, 부실조사로 의혹만 커져"

전병윤 기자
2012.10.09 11:02

[교통안전공단 국감]문병호 의원, "중요사안 확인 안해…자료제출도 부실"

지난 8월 실시된 자동차 급발진사고에 대한 정부의 조사가 부실해 의혹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인천 부평갑)은 9일 교통안전공단 국정감사에서 3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은 대구 와룡시장 급발진사고 합동조사단이 핵심쟁점인 'ECU냉땜(엔진제어장치 납땜 불량)'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냉땜(cold soldering joint)은 납땜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기적으로는 연결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다.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는 지난 1987년과 2010년 냉땜으로 인한 급발진과 유사급발진을 발견해 해당 차량을 리콜한 바 있다.

문 의원은 엔진제어장치에 냉땜이 생길 경우 잘못된 신호가 발송돼 스로틀 밸브가 갑자기 열리거나 닫히게 되는데 스로틀 밸브가 열릴 경우 급발진이 발생하고 닫힐 경우는 시동이 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동이 꺼질 경우를 유사급발진이라고 한다.

문병호 의원은 "냉땜 문제는 와룡시장 급발진사고의 핵심쟁점인 만큼 합동조사단은 냉땜 여부에 대해 추가조사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급발진이다 아니다를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으면 제조사는 의혹을 벗을 수 있고 사실로 드러난다면 구속된 운전자가 아닌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MW 급발진 사고에 대해서도 부실 조사 의혹이 제기됐다.

문병호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수입차의 사고기록장치(EDR) 장착 현황'을 보면 '2000년 이후 수입된 BMW는 전차종에 EDR이 장착돼 있다'고 기재돼 있다.

문 의원은 "합동조사단은 '급발진 사고가 난 BMW 차량에는 EDR이 없다'며 급발진 조사의 기본절차인 EDR 조사를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EDR(사고기록장치)은 충돌사고 전·후의 차량속도, 엔진회전수, 브레이크 작동여부 등의 운행정보가 기록된 장치다. 이 기록을 확인하면 운전자 과실인지 차량 결함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문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합동조사단의 한 자문위원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사고 차량에 EDR이 장착돼 있다는 증거까지 제시했는데도 합동조사단은 이를 묵살하고 EDR 조사를 제외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문병호 의원은 "합동조사 주무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급발진 사고가 전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한 점의 의혹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며 "BMW 차량의 급발진사고 조사결과 발표가 10월 말로 예정돼 있어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사고 차량의 EDR 검사를 반드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민감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의 석연치 않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교통안전공단은 합동조사단의 회의를 녹음했고, 이 녹음파일에는 BMW 사고차량에 EDR이 장착돼 있다는 증거를 설명하는 내용 등 민감한 사항이 녹음돼 있다.

문병호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제출하도록 했지만 교통안전공단은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며 둘 다 제출하지 않았다.

문 의원은 "하지만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녹음파일 삭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국토부는 '녹음파일은 삭제했지만 녹취록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자료를 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의원실이 국토부에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수·발신한 공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국토부는 '이메일로만 논의해 공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문 의원은 "그러면 업무용 이메일 사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그제야 착오가 있었다며 자료를 제출했다"며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은 현재까지 합동조사단 자문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고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차량에 EDR이 장착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급발진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가 요청하는 '사고차량의 EDR 장착 여부'마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는 게 문 의원실의 주장이다.

문병호 의원은 "정부기관이 국민의 편에 서서 진실을 밝히기보다 자동차 제조사의 편에 서서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급발진 사고는 없었다는 국토부의 발표를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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