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0년된 아파트, 한달만에 1억 뛰자…

강남 30년된 아파트, 한달만에 1억 뛰자…

이재윤 기자
2013.02.23 16:42

[부동산'후'] 강남 개포지구, 호가 급등 주민들 기대감↑ 거래는 줄어

 연초부터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아파트 매매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 소형주택 기준을 통과해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데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관련규제 완화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등이 집주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호가만 부풀려지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다. 이는 현장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때 3.3㎡당 6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던 비좁은 서민아파트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살펴본다.

 ◇강남 끝자락 '개포동'이 '金포동'으로

 개포주공 등이 자리잡은 개포택지개발지구는 1980년대 초반 주택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택지개발촉진법'의 첫 사례 중 한 곳이다. 구룡산 자락 녹지를 수용해 총 32개 단지 2만8704가구가 지어졌다.

 1982년부터 84년 사이 입주한 개포지구 아파트들은 80년대 초 우리나라의 아파트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최초 분양 당시 난방시설이던 연탄아궁이가 도시가스로 교체되긴 했어도 낡은 수도배관과 난방시설, 부족한 주차공간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다.

 하지만 개포주공 1~4단지와 개포시영 등 저층 아파트들은 전용면적의 130%를 넘는 대지지분을 갖고 있어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부터 투기꾼들의 표적이 돼왔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들어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강남 대규모 재건축단지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씩 호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82년 1530만원에 분양된 개포1단지 59㎡(이하 전용면적) 거래가격은 2010년 15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100배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개포지구 재건축단지들은 IMF외환위기 시기와 카드대란,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등 대형위기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냈다. 위기가 닥쳐와 잠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금세 회복하고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뛰었다.

 하지만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의 파고는 쉽게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59㎡는 2010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 지난해 12월엔 10억원대도 깨졌다.

 개포주공 1단지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소형주택 확대정책에 따라 재건축사업이 혼란을 겪은 점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한달새 1억원 급등 '박근혜 효과?'

 하지만 개포지구 재건축단지의 위세는 여전히 당당하다. 올들어 호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강남구 주요 재건축아파트 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와 있는 아파트값을 살펴보면 올들어 두 달도 채 안돼 호가가 최대 1억원 이상 오른 곳도 있다.

 강남구 재건축 개포주공 1단지 42.9㎡는 8억2000만원으로 올초에 비해 1억1000만원가량 호가가 급등했다. 단지 내 다른 주택형들도 최소 5000만원씩 오른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재건축 추진속도가 가장 빠른 인근 개포 3단지도 마찬가지다. 33㎡와 42.9㎡가 각각 5억7000만원과 7억1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8000만원씩 상승했다. 다른 단지도 최소 2000만~3000만원 안팎 호가가 올랐다.

 이처럼 호가가 급등하는 이유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젠 오를 때가 됐다"며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바닥론'을 제기하며 새로운 부동산정책으로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완화 기조를 보이면서 기대감은 증폭됐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선 규제완화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시중자금들이 강남에 집중될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

 개포동 주민 이모씨(56)는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가격에 팔아도 손해가 크다"며 "지금 많이 오른 것 같아도 조금만 있으면 사고 싶어도 못살 정도로 (가격이) 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규제완화 정책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판단이다. 개포동에 10년간 거주하고 있는 최모씨(47)는 "강남만큼 부동산에 민감한 곳도 없다. 여기는 사두면 언젠가는 오르게 돼 있다"며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가격이 지금보다 30%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싸게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 일색만은 아니다. 현재 개포지구 아파트값 급등은 실거래가격이 아닌 매매호가(집주인이 팔고자 하는 가격)에 불과해서다. 즉 집주인들은 비싸게 팔길 원하지만 정작 매수 희망자들은 비싸서 못사겠다고 버티는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개포동 내 전체 아파트 거래건수는 31건으로 전년 동기(38건)에 비해 18.4% 감소했다. 그나마 이 기간에 개포주공 1~6단지 거래량은 20건으로 지난해와 같지만 이 역시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실거래는 없고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만 오르는 현 상황을 '거품'이라고 진단한다. 부동산정책이 발표된 후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가치에 비해 가격이 과도히 오른 측면이 크다"며 "가격 상승 추세로 보려면 최소한 거래량이 현재보다 30% 이상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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