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D등급 이하면 조건부 재건축 가능…초고층 대신 개별 재건축 허용 '전화위복'

서울 강남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 위한 첫단계로,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2일 강남구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1~14차와 한양아파트 1~8차 등 22개 단지 2만여가구는 지난달 중순 단지별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주민동의서를 받아 강남구에 재건축 사업 추진 첫 단계인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안전진단은 자치구가 건물노후도·도시미관·균열 등을 파악해 A~E등급으로 아파트 재건축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D등급 이하는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하다. 압구정동 일대 현대·한양·미성아파트 등은 1976년 입주를 순차적으로 시작한 단지다.
서울시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조례에 따라 1981년 이전 준공된 건축물은 20년, 1992년 이후 준공된 경우는 40년 이상이 지나면 안전진단을 신청할 수 있다. 1980년대 입주한 미성아파트도 조만간 주민 동의를 받아 안전진단을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단지들은 2006년부터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해 오다가 오세훈 시장 시절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통합개발 논의가 진행됐다. 2009년 용적률을 330%까지 완화해 50층 이상 초고층을 계획했지만 25~40%에 달하는 공공기여가 발목을 잡았다.
2011년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존 한강르네상스를 폐기하고 새롭게 한강변관리계획을 수립하면서 초고층 재건축계획은 좌초했다.
한강변관리계획이 이 지역 용적률과 층고를 각각 300%와 35층으로 제한하는 대신 기부채납률을 15% 이내로 낮추고 통합개발 대신 단지별 재건축을 장려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추진위원회 구성과 조합 설립,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인허가 절차가 줄줄이 남아있어 실제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상당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안전진단 이후로도 앞으로 남아있는 절차가 많아 단시일내에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한강변 관리계획에 따라 개별재건축이 가능해지고 기부채납 비율이 낮아지면서 압구정지구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