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윤의 건설 '돈맥' 짚기]정부, 조달비용 아끼지만 주택매입 稅부담 커져

정부가 지난달 30일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7월 11년 만에 하향조정한 후 9개월 뒤 재차 인하한 것이다.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 인하 과정을 보면 정부의 고심이 읽힌다.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가 최근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과 경기침체에 따른 채권금리 하락 등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통금리와 엇비슷해진 게 발단이다.
지난달 금리 인하 전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는 2.50%였으나 시장의 유통금리(3개 민간평가사 평균금리)는 4월30일 2.68%까지 내려갔다. 금리차이가 0.18%포인트에 불과했다. 5년 만기 국고채 유통금리도 2.55%로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와 거의 같았다.
이처럼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가 유통금리나 국고채 금리와 엇비슷해지면 정부로선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 이는 국민주택채권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민주택채권은 주택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을 지녔다.
정부는 국고채보다도 낮은 금리로 국민주택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으로 활용,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서민 주거안정정책을 펴는 데 쓴다.
이 때문에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는 국고채보다 낮아야 하다. 고금리 시절이던 과거에는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가 국고채 금리보다 2.00~3.00%포인트가량 낮았다. 정부가 공익적 목적에 쓰기 위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분에 부합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25일 시장에서 거래되던 국민주택채권의 유통금리는 2.98%로 당시 발행금리(3.00%)와 역전된 현상마저 발생했다.
정부로선 좀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비싼 비용을 들인 일종의 기회손실을 입은 것이다. 그러자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발행금리가 내려가자 시장 유통금리와의 차이는 '정상' 수준으로 벌어졌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를 2.25%로 인하하자 시장의 유통금리는 2.64%로 저점을 찍은 후 지난 22일 현재 2.83%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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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의 흐름을 보면 발행금리와 유통금리의 차이는 0.40~0.60%포인트에 형성된다"며 "정부로서는 금리인하 이후 기회손실 우려를 덜었다"고 말했다.
반면 주택 구입자들의 세금 부담은 커진다. 국민주택채권을 구입한 주택 매수자들은 만기인 5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를 할인율(유통금리)을 적용, 시장에 즉시 매도한다.
이때 발행금리와 유통금리의 차이만큼 손실을 입는다. 예컨대 주택구입자가 발행금리(2.25%)로 매입한 국민주택채권을 현재 유통금리(2.80%)를 적용해 팔았다면 0.55%포인트만큼 세금을 내듯 지급한다.
정부가 발행금리 인하를 고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조달비용을 아끼려고 발행금리를 낮추면 유통금리와의 격차가 커져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지는 구조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통금리가 올라 발행금리와의 차이가 커지면 정부는 자금조달 측에서 부담이 줄어들지만 국민들의 주택매입 비용이 커진다"며 "발행금리 인하 결정은 이런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