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의 종말 <2>]수요예측 실패로 수익률 악화

#2011년 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받은 김승주씨(52·가명)는 최근 한달 넘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근 구로디지털단지 종사자 등 임대수요가 풍부한데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0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양업체 얘기에 솔깃해 덜컥 계약을 했지만 실제 입주시기가 되자 인근에 원룸과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월 50만원에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 가을 결혼을 앞둔 회사원 남승원(33·가명)씨는 1억원 이하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도시형생활주택을 소개받았다. 방도 깔끔하고 풀옵션이 구비돼 있어 아이를 갖기 전까지 잠시 살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셋값은 인근 투룸 빌라에 육박하는 수준인데다, 월세로 계약하면 다달이 50만원씩 나가야 하는 상황이란 점이 찝찝했다. 예비신부는 차라리 전세자금 대출을 받더라도 원룸 대신 투룸 빌라나 소형아파트로 가자고 성화를 해서 도시형생활주택 입주를 포기했다.
정부가 급증하고 있는 1~2인가구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형생활주택을 도입, 공급을 대폭 늘렸지만 해당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과잉 공급에 따른 공실 확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도시형생활주택과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는 소형 오피스텔 공급이 도시형생활주택 못지 않게 급증하면서 소형 원룸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지적이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첫 도입된 이후 지난 5월 말까지 총 25만9650가구가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1~2인가구를 위한 소형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국민주택기금 지원 △주차장 기준 완화 △가구당 전용면적 상향 등 규제완화에 나선 덕이다.
이에 따라 인허가 기준으로 2009년 1688가구를 시작으로 △2010년 2만529가구 △2011년 8만3859가구 △2012년 12만3929가구 등 매년 급증세를 보여왔다.
당초 계획은 역세권과 대학가 등 도심부에 소형주택을 공급해 대학생과 신혼부부, 노년부부, 미혼 직장인 1인가구 등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장래 1~2인가구 점유비중은 2010년 48.1%에서 2035년에는 68.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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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이 이들 1~2인가구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 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도시형생활주택이 아니더라도 노후주택가엔 이미 20가구 규모 이하의 원룸형 다가구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상 도시형생활주택과 유사한 소형 주거용 오피스텔도 강력한 대체제로 같은 시기 공급이 집중됐다. 굳이 도시형생활주택이 아니어도 이미 시장에선 수요에 맞춰 1~2인가구를 위한 주거시설 공급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부동산개발업체 T컨설팅 대표는 "오피스텔의 경우 준주택으로 분류돼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에도 인허가된 건축면적으로만 집계돼 주거용 오피스텔이 몇실인지, 이 가운데 소형은 얼마나 되는지는 인허가 과정에서 알기 힘들다"며 "신고없이 주거용으로 이용되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원룸 공급은 수요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도시형생활주택이 사업시행자의 수익성을 위해 전용면적 30㎡이하 초소형 위주로 공급되면서 신혼부부 등 2인 이상 가구들로부터 외면받은 점도 공급 초과 상황을 초래했다. 정부가 뒤늦게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건축규제를 강화했지만 이미 시장에 공급된 물량 조차도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덕례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수요자 입장에선 공급이 늘면서 임대료가 낮아져 유리해졌지만 반대로 투자자는 수익률 하락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낮추거나 수수료를 내고 임대주택 관리전문회사에 위탁하더라도 공실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