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에서도 잠자리·일자리를 한번에…

행복주택에서도 잠자리·일자리를 한번에…

파리(프랑스)=송학주 기자·뉴스1 김정태 뉴스1 기자
2013.10.15 06:20

['행복주택, 맞춤형 주거복지시대 연다']<2-3>프랑스 파리 19구역 큐리알지구

[편집자주] 박근혜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행복주택'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에게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임대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서울 등 수도권 도심내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등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1만가구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류·가좌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연내 착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뉴스1은 행복주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와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근본적 대안을 찾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특히 맞춤형 주거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아 정부, 지자체, 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했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사회주택 모습. '⊂'과 '⊃' 모양을 포개놓은 형태의 베란다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사회주택 모습. '⊂'과 '⊃' 모양을 포개놓은 형태의 베란다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기관인 '파리 해비타트 OPH(Offices Publics de Habitat)'가 재개발, 사회주택으로 관리하는 현장인 파리 19구역 큐리알지구. 파리시내에서 가장 큰 사회주택단지로 9~18층, 16개동 규모에 1800가구, 4500여명이 거주한다.

 지난 1일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 5층 이상 건물이 드문 파리시내에서 독특한 구조의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과 '⊃' 모양을 포개놓은 형태의 베란다가 건물 외벽을 장식, 예술작품을 연상케 했다.

 현장에서 만난 OPH 재건축 총괄책임자 로랑스 바케즈 세네즈씨는 "1960년대 지은 단지로 주거가 낙후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며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으로 대규모 재건축을 통해 이같이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OPH의 재건축 목표는 △주변지역 정비 △철로로 단절돼 있던 문제를 철도역사 건설로 해결 △내부교통망 정비 △업무·보육·의료시설 등 공공시설 확충 △공업단지(가스공급시설) 해결 △녹지조성 △학교확장 등 공공시설 재정비 △상업시설 유치 등이었다.

 단지를 둘러보니 주거재정비사업은 대부분 마무리 단계였지만 인근 철도역사와 상업용 건물, 일부 도로 등 인프라시설은 한창 건설 중이었다. 큐리알지구는 공공시설을 대거 유치, 입주민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모두 만족하며 산다는 게 세네즈씨의 설명이다.

 그는 "유치원 등 보육시설이나 테니스코트 등 체육시설을 입주자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다보니 주변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걸 모두 환영한다"며 "지역 집값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주변 집값 상승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사회주택 모습. 1층에 치과와 보건소가 위치해 있다./사진=송학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사회주택 모습. 1층에 치과와 보건소가 위치해 있다./사진=송학주 기자

 실제 아파트 1층은 주거시설이 아닌 대부분 치과, 보건소 등 공공시설로 이용됐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니 입주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게다가 정신과 상담소나 아동·청소년상담소는 단지 안에 위치해 편의를 제공했다.

 '어소시에이션'(Assosiation)으로 불리는 협회나 단체가 만든 기업도 입주해 사회주택 거주자들을 고용했다. 한국으로 치면 '사회적기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다. 임대료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대신 물건값을 싸게 공급해야 한다.

 단지 내 정원관리나 경비 등은 지역주민들을 채용하는 취업서비스도 병행했다. 게다가 사회주택 임대료는 매우 저렴해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임대주택단지'로 조성돼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어린이집. 입주민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다닌다./사진=송학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어린이집. 입주민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다닌다./사진=송학주 기자

 방 2개인 64㎡ 주택의 월 임대료가 350유로(약 32만5000원) 정도로 주변 시세의 3분의1 수준이었다. 공급주택도 가족수에 따라 입주할 수 있게 30~110㎡ 사이로 다양하게 공급됐다.

 특이한 것은 주민들을 퇴거시키지 않고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로랑스씨는 "아무래도 집세가 비싼 파리에선 다른 곳으로 이주해 공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주민 동의를 얻어 대낮에 공사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한 동을 찾았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단열재 시공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사회주택 모습.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단열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사진=송학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공공임대주택 단지인 큐리알지구의 사회주택 모습.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단열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사진=송학주 기자

 세네즈씨는 "집이 오래되다 보면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데 단열재 공사만으로도 관리비를 줄여 저소득층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입주민들도 다소 시끄럽고 불편한 점은 있지만 나중을 생각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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