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하나 바꿨더니, 임대아파트 커뮤니티 살아나네"

"문하나 바꿨더니, 임대아파트 커뮤니티 살아나네"

지영호 기자
2013.10.23 06:10

['행복주택, 맞춤형 주거복지시대 연다']<7-1>"행복한 주택이 답이다"

[편집자주] 박근혜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행복주택'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에게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임대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서울 등 수도권 도심내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등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1만가구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류·가좌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연내 착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뉴스1은 행복주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와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근본적 대안을 찾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특히 맞춤형 주거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아 정부, 지자체, 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했다.
송파구 거여동 거여3단지 임대아파트의 박오호 노인회장(맨 오른쪽)이 주민들과 임차인대표회의실에서 밝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SH공사
송파구 거여동 거여3단지 임대아파트의 박오호 노인회장(맨 오른쪽)이 주민들과 임차인대표회의실에서 밝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SH공사

 2000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여3단지는 589가구가 모여 사는 공공임대아파트다. 여느 임대아파트처럼 활기없던 단지가 생기를 찾기 시작한 것은 단지내 커뮤니티가 살아나면서다.

 그동안 관리부실과 운영미숙으로 방치되다시피한 주민커뮤니티시설이 살아난 계기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체력단련실과 도서실 출입구를 철문에서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으로 교체한 것이 발단이 됐다. 들어가기 꺼리던 곳이 개방감을 갖추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내 손으로 꾸며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낙후된 시설물이 쌓여있던 체력단련실은 요가와 필라테스 등 건강강좌가 열리는 활기찬 공간으로 바뀌고 불량청소년들의 아지트로 이용되던 도서실은 방과 후 자율학습시설과 3000여권의 서적을 갖춘 번듯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거여3단지 주민도서실. SH의 1단지 1커뮤니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이 도서실은 3000여권의 책이 소장된 지역 청소년의 학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여3단지 주민도서실. SH의 1단지 1커뮤니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이 도서실은 3000여권의 책이 소장된 지역 청소년의 학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의 차별성은 자생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주말마다 열리는 영어교실은 주민대표의 딸이 강사로 나섰고 격주로 운영되는 비누공예와 천연화장품 강사는 마을주민이 봉사하는 식이다.

 지역공동체가 살아나자 외부의 지원도 이어졌다. SH공사는 이 단지의 자생적 커뮤니티 운영을 높이 평가, 시설지원과 함께 2000여권의 도서를 기증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함께 U헬스시스템을 도입, 주민들의 대사증후군을 관리해준다.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사용하는 운영비에도 숨통이 트였다. 송파구청은 이곳을 공동체 활성화단지로 선정, 연 300만원을 지원한다.

 조응석 거여3단지 아파트관리소장(55)은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전까지 공용관리비 문제같은 잡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서로 돕고 어울리는 아파트로 변화됐다"며 "외롭고 어려운 사정에 처한 이웃단지 주민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등 훈훈한 소식이 많다"고 전했다.

 '1단지1커뮤니티' 사업을 진행하는 SH공사는 345개 임대주택단지(혼합 포함) 중 지난해 8월까지 거여3단지를 비롯한 166개 단지에 커뮤니티 구성을 끝마쳤다. 전체 구성단지의 50% 넘는 수치다.

 지원내용은 △단지내 정원조성 △환경정비 △자율방범 △노인정 및 경로당 봉사 △독서실 및 방과 후 학습 △축제 및 영화관람 △카페운영 △이·미용봉사 △노래·스포츠 등 주민들이 어울리기 좋은 시설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SH공사 주택관리팀 관계자는 "단지별 설문조사 결과 주민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며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서울시 주력사업의 하나인 마을공동체사업 역시 주민간 네트워크 형성에 목적을 두고 진행한다. 시는 지난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마을 북카페 등 35개 분야에 596억8400만원을 지원했다. 올들어서도 8월까지 누적기준 65억7800만원이 15개 분야에 지원됐고 연말까지 21개 사업에 총 219억75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 관계자는 "마을활동가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분야별 주민교육을 실시하면서 지역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며 "24개 자치구에서 민간단체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고 앞으로 주민 중심의 공동체 활동 활성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