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주기자의 히트&런]찬반논쟁 뜨거운 '행복주택 시위현장' 가보니…

"우리도 국민이다. 같이 살면 안 되겠니?"
11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20~30명의 서민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같이 살자 공존하자', '행복주택은 주거복지 사다리', '행복주택, 아들딸이 살아갈 곳' 등 행복주택 건립을 찬성하는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주거복지정책인 '행복주택' 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난항에 빠졌다. 2017년까지 도심내 철도부지를 활용해 20만가구를 짓겠다는 정부의 원대한 목표 역시 대폭 수정됐다. 철도부지뿐 아니라 유수지 등 국·공유지로 지역을 넓혔고 가구수도 당초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40%나 줄였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에 공급하기 위해 도심 가까운 곳에 짓는 임대주택이다. 정부가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허점이 노출됐고 목동·잠실·안산 등 시범지구로 지정된 7곳의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의 당초 계획인 연내 1만가구 공급은 차치하고 지구지정 후 착공에 들어간다던 오류·가좌지구 2000가구도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이날 행복주택 5개 시범지구의 가구수를 당초 계획보다 대폭 줄였다.
지구별로는 △목동 2800가구→1300가구 △잠실 1800가구→750가구 △송파 1600가구→600가구 △공릉 200가구→100가구 △안산 고잔 1500가구→700가구 등이다. 지역주민과 지자체 의견을 대폭 수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주민 반발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부 입장은 가구수를 축소함으로써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제기해왔던 인구 과밀, 교통 혼잡, 학급 과밀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공급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이처럼 행복주택사업이 흔들리면서 현 정부의 주거복지정책도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 평균 13만가구의 공공주택 중 11만가구를 임대주택으로 채우기로 했다. 하지만 이처럼 행복주택사업이 계속 난항을 겪을 경우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등 50개 시민사회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과 지자체가 반대하면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서울시내 어디든 제기될 수 있는 것으로 전형적인 '님비'(NIMBY, 지역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거리에 나선 한 시민단체장은 "시범지구 주민들이 주장하는 '행복주택 정책의 취지에는 찬성하나 우리 동네에 들어오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라며 "임대주택 확대는 전·월세 안정과 서민주거복지 실현에 꼭 필요한 정책이므로 지자체와 지역정치인들이 님비에 편승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