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종과학기지 이제혁 현대건설 과장 "도전정신과 기술력이 이뤄낸 쾌거"

"남극에 왜 펭귄만 살고 사람이 못사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마치 달나라에서 공사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동경 164도, 남위 74도에 위치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건설현장에 파견됐던 이제혁 현대건설 과장(사진)은 극지에서의 공사경험을 "자연과의 사투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1988년 남극에 우리나라 첫 극지연구소인 '세종과학기지'를 세운 현대건설이 두 번째인 '장보고과학기지'를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지난 12일 '장보고과학기지' 준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연구활동 개시를 선언했다. 극지건설의 노하우를 보유한 현대건설에 있어 '장보고과학기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극한의 자연환경 탓이다.
이 과장은 "남극 출항 전 생활용품을 실은 컨테이너를 20개 이상 준비했지만 하역작업부터 난관이었다"며 "언제 녹을지 모르는 해빙 위에서 가능한 많은 자재를 하역하기 위해 24시간 2교대로 2주간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했다"고 회고했다.
공사현장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남극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 변화무쌍한 환경은 인간에게 쉽게 영역을 허락하지 않았다. 얼어있는 남극대륙의 지반에 기초를 쌓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장비와 시간이 소요됐다.
여타 현장에서는 하루면 끝날 일을 1주일 동안 해야 했다. 공사기간에 계속된 백야현상도 현장직원들을 괴롭혔다. 가장 큰 문제는 외부와의 단절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건설현장에 파견된 현대건설 직원들은 대부분 단절된 환경에서 오는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공사진행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통신시설이 갖춰지기 전인 공사 초기에는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직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극한의 환경 속에서 현대건설은 3년여 진행된 '장보고과학기지' 건설공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전세계를 통틀어 남극에 2개 이상 극지연구소를 세운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10개국뿐이다.
총사업비 147억원이 투입된 '장보고과학기지'는 총면적 4458㎡에 생활동, 연구동, 발전동 등 건물 16개동과 24개 관측장비와 부대설비를 갖췄으며 최대 60명을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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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과학기지'는 영하 40도의 기온과 초속 65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항공기에 적용되는 유체역학적 디자인으로 건설됐다. 태양광 및 풍력에너지와 발전기 폐열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화석연료 절감형 친환경기지로 만든 게 특징이다.
이 과장은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오는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도전정신과 기술력으로 버텼다"며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