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법이라도 관행이면 정상 아닌가?"

[르포]"불법이라도 관행이면 정상 아닌가?"

송학주, 진경진 기자
2014.03.13 06:30

['法' 밖으로 내몰린 세입자들…위험한 '옥탑방']원룸촌 파주 문산읍 가보니…

- 옆집에 앞집이나 뒷집 모두 옥탑방 지어 돈벌고 있는데…

- 옥탑방, 일반원룸보다 월세 비싸…"벌금 안내도 괜찮아"

경기 파주 당동리 일대 신축 원룸 건물들 위로 옥탑방들이 지어져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경기 파주 당동리 일대 신축 원룸 건물들 위로 옥탑방들이 지어져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지난 7일 찾은 경기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 산업단지 인근에는 새로 지은 원룸들이 한데 모여 '원룸촌'을 이뤘다. 이미 들어선 신축건물들에 공사 중인 건물들까지 이 지역 일대의 원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당동·선유·월롱 등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근로자들이 증가하면서 인근 원룸 수요도 증가한 탓이다. 집주인 입맛에 맞는 각양각색의 건물이지만 모두 공통점이 있다. 옥상 위에 불법증축된 일명 '옥탑방'이다.

 밑에선 잘 보이지도 않고 언뜻봐선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이 동네 대부분 건물에 옥탑방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과거 반지하만큼이나 저소득층의 주거공간이란 인식이 강한 옥탑방 구하기가 이곳에선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이다.

 옥상 위 불법증축한 건물은 실면적이 일반원룸보다 넓고 옥상 전체를 독차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찾는 이가 많다는 게 이곳 임대사업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예전엔 옥탑방이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웠는데 새로 지은 건물은 이런 문제도 다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한 임대사업자는 "넓지, 깨끗하지. 혼자 옥상도 독차지하지. 요즘엔 옥탑방이 오히려 더 비싸다"며 "예전에 못사는 사람들이나 살던 그런 옥탑방을 상상하면 안된다. 지금은 물건이 없어 난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불법증축된 옥탑방의 임대료는 일반원룸과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싸다. 문산읍 당동리의 21㎡(이하 전용면적) 옥탑방은 15㎡ 규모의 일반원룸과 같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임대료 30만원 수준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 18㎡ 일반원룸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 35만원 수준인 데 반해 비슷한 규모의 옥탑방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45만원선까지 올라갔다.

파주 당동리의 한 옥탑방 모습. / 사진=송학주 기자
파주 당동리의 한 옥탑방 모습. / 사진=송학주 기자

 상황이 이렇자 집주인들의 옥탑방 올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불법증축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시·군·구청에서 조사를 나와 1년에 최대 2회 건축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만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행강제금보다 불법증축한 옥탑방에 월세를 놓아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기 때문에 차라리 강제금을 낸다는 분위기다. 일부는 이행강제금을 내지도, 철거도 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지만 별다른 처벌도 없다.

 "이 일대가 모두 옥탑방인데 누가 신고를 하겠냐"는 배짱도 있다. 한 임대사업자는 "옆집, 앞집, 뒷집에서 다 옥탑방을 올려 돈을 버는데 솔직히 나만 안하면 바보"라며 "아무리 불법이라도 이게 관행이라면 정상인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처럼 불법이 버젓이 자행됨에도 각 지자체는 집주인 재산 보호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서울의 한 자치구 담당자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일단 증축한 부분은 건축주의 소유재산으로 보고 (구청이 나서) 직접 철거하기보다 자진철거하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치구 담당자는 "아무리 불법증축이라도 집주인들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할 수 없다"며 "집주인이 판단해서 이행강제금을 내고 월세를 이어가는 게 나을지, 철거하는 게 나을지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세입자들이 감당한다는 것이다. 옥탑방 세입자 A씨는 "최근 단속이 나와 불안한 마음에 이사를 가고 싶지만 집주인은 계약금에 이사비용까지 줄 돈이 없다며 일단 버티자고만 한다"며 "공무원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게 집주인이다. 확정일자도 못받았는데 혹시나 피해를 입을까봐 전전긍긍한다. 집주인은 갑 중의 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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