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업계 "시점만 남았다"… 현대차그룹 건설부문보다 외형 앞서

삼성그룹이 사업구조가 유사한 계열사간 합병작업을 가속화하면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건설부문 합병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그룹은 여전히 건설부문 합병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주식시장과 건설업계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며 합병을 수순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간 지분정리로 합병 정지작업
삼성그룹 건설부문의 합병설이 본격 부각된 시점은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지난해 7월 말부터다. 이전까지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무려 2000억원 이상을 투입,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312만4222주를 매입했다. 현재 보유 지분율은 7.81%로 제일모직에 이어 2대주주다. 불과 5개월여 만에 주요주주로 올라선 것.
특히 삼성물산은 지분매입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존 2대주주였던 삼성SDI 지분(5.09%)마저 전격 인수했다. 이를 두고 당시 시장에선 그룹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간 지분 정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지난해 말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에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제일모직과 삼성SDI,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잇따라 결정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SDI로 흡수 합병됨에 따라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추가 지분매입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지난해 가지고 있던 지분도 팔았는데 합병으로 얻게 된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의 삼성정밀화학(5.59%) 등 화학부문 계열사 보유지분과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13.10%)을 맞교환하는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 3남매의 경영승계를 위한 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삼성그룹 건설부문의 합병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그룹의 건설부문 합병은 3남매의 그룹 배분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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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시장의 예상을 깨고 대규모 부실 털기에 나선 것도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 즉 클린화 작업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삼성물산 고위관계자는 "시장의 합병설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 실제 진행되는 것은 없다"며 "최근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 건설부문 합치면 현대차보다 외형서 앞서…기존체제보다 위력적일 듯
삼성그룹 건설부문이 합치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건설부문 합병보다 외형에서 앞서게 된다. 건설부문 주력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구조가 달라 시너지가 큰데다, 해외 네트워크 등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외형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체제보다 위력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토목·건축부문이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출액의 거의 대부분을 화공 플랜트 부문에서 창출하고 있다. 인력구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결기준 양사의 총 매출액은 23조원 정도로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차그룹 건설부문 3사(20조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에버랜드 건설부문까지 감안하면 총 매출액은 25조원을 넘는다.
다만 합병할 경우 건설부문 전체 인력이 1만7200명을 넘어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는 단점이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인력이 100여명 감소했지만 여전히 현대차그룹 건설부문 3사의 전체 인력(1만2200여명)보다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EPC(설계·조달·시공)에만 특화된 현 사업구조 하에서는 합병으로 비대해지는 조직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일부 사업이 겹치는 부분도 있어 합병하게 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