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입자의 거주비 부담 완화와 임대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에 대한 과세체계를 확립한다며 의욕넘치게 꺼내든 '전·월세대책'(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카드는 사실상 누더기가 됐다.
지금 분위기라면 기존 과세 근거도 없앨 태세다. 결과적으로 보면 애당초 이번 대책을 이끈 기획재정부에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이번 과세 방침에 가장 극렬히 반대해온 이들은 한결같이 "시장이 안 좋은데 왜 이런 시점에 과세카드를 꺼내드냐"며 타이밍을 거론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가 꺼내놓은 '타이밍' 발언에 일부 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까지 거들고 나섰다.
이들은 '임대소득 과세'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새로운 과세체계를 만든다면 이 같은 의견도 충분히 개진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 버젓이 명시된 과세를 '타이밍' 운운하며 따진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런 식의 논거를 펴는 교수들도 강단에 설 자격이 없다.
현행 소득세법에는 주택의 규모나 보유수 등에 따라 임대소득에 과세토록 돼 있다. 관련법이 제정된 것은 이미 2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그 동안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결국 임대소득자인 집주인들이 헌법에 명시된 '납세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과세당국도 사실상 '직무유기'를 해온 때문이다.
이 같은 공무원의 직무유기가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한 직무수행 거부에 해당될 경우 형법(122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는다.
이와 관련, 정부나 과세당국은 그동안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은 데 대해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 심지어 관련 과세에 대한 질문에 국세청 담당 국장은 "그거 세금 안 걷어요?"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재부 담당 공무원은 "세법은 우리 소관이지만 과세는 국세청"이라며 책임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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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연말정산 후 월급을 받아든 샐러리맨들은 '멘붕'에 빠졌다. '13월의 보너스'로 불린 연말정산이 세금폭탄으로 돌변, 생활비에 쪼들린 샐러리맨들은 한두 달 고통을 겪었거나 지금도 헤어나지 못한다.
여당 핵심 관계자나 일부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전반적인 경기상황도 좋지 않은데 월급쟁이 소득세도 한두 해 늦춰주면 되는 게 아닌가.
단순히 주택거래 늘리고 부동산경기 부양하자고 법으로 정한 과세까지 '타이밍'을 따지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정부와 과세당국은 과거 부동산경기 좋을 때 왜 과세를 하지 않았나.
시가 10억원짜리 집을 가진 집주인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그에 따른 건강보험료조차 한 푼도 안내는 현실에서 그 집 반지하에 세들어 사는 연봉 2000만원인 직장인은 월급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세금을 떼인다.
물론 일정액의 건강보험료도 매월 부담한다. 꾸준히 임대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을 대신해 국가 재정을 책임지고 건강보험료까지 대납하는 셈이다.
원천적으론 같은 임대소득이라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금융소득'으로 보고 이보다 1원이라도 많다면 '사업소득'으로 간주하겠다는 정부의 발상도 참으로 기이하다.
조세평등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조세가 이뤄져야 하고 그 부담은 국민의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합리적인 이유없이 특정된 납세의무자를 과세상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우대해선 안 된다. 정부와 과세당국은 이를 지키는지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