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사장과 효성 부회장직을 거쳤던 이종수 SH공사 사장이 공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2년. 당시 SH공사는 부채에 신음하고 있었고 이는 동시에 박원순 시장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었다.
대기업 수장을 지내며 별 어려움이 없었던 전문경영인이 이 같은 상황의 공기업 사장에 취임하자 주변에선 '아쉬울 것이 없는데 왜 저런 곳을 가냐'는 우려와 함께 'SH공사가 확실히 변하겠구나'하는 기대를 동시에 했었다.
이 사장 취임후 2년6개월만에 SH공사는 3조2000억원의 채무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박 시장이 그토록 강조했던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에도 큰 기여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
그런 그가 지난 21일 돌연 사표를 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초에도 사임 의사를 밝혔었다. 이유는 서울시의 부채감축에 대한 압박. 결국 박 시장이 이 사장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 마음을 돌리게 하면서 상황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공기업에 대한 서울시의 관료주의적 태도는 입방아에 올랐다.
이 사장이 남은 7개월의 임기를 명예롭게 마치기에 충분한 상황인 지금, 같은 문제가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지금 상황은 인사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아 당한 '보복인사'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이 사장이 자진해서 사퇴할 이유는 현재로선 전혀 없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서울시가 아쉬울 땐 찾고 상황이 괜찮아지자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도 될 것 같아 이 사장을 내쳤다는 '그림'말고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웠던 지난 5일, 송파구 위례신도시의 현장시장실에서 만난 이 사장에게 'SH공사 담당 사업장도 아닌데다 주말에 현장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시장님까지 오셨는데 당연히 나와야지.(웃음) 위례신도시에는 우리(SH공사)가 책임질 곳도 있다"며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곳곳을 살폈다.
지금 상황을 보면서 '감탄고토(甘呑苦吐),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한자성어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