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예장동에서 용산구 한남동으로 향하는 남산 1호터널.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차량들은 터널에 들어서자 시속 10~20㎞의 거북이 운행을 했다. 일요일 오전인 만큼 터널 내 사고가 아니라면 좀처럼 보기힘든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것은 터널을 빠져나온 후 고가에서였다. 편도 2차로인 고가의 오른쪽 차로에서 공사 중이었던 것. 터널 시작점은 물론 공사 시작점, 끝점 어디에도 관련 안내문은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운전자들은 2분 정도면 빠져나올 수 있었던 터널과 고가에서 20여분을 낭비한 셈이다.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정확히 안내만 해줬더라면 1호터널 통과 차량의 상당수가 남산 순환도로나 3호터널, 동호대교 방면으로 우회하고 자연스럽게 시간낭비도 줄일 수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본청과 자치구, 공공기관 등이 발주해 현재 시내에서 진행 중인 공공공사 현장은 모두 456건. 25개 자치구 모두 공사현장이 있으며 서초구 관내가 49곳으로 가장 많고 강서구와 영등포구가 각각 46건에 달한다. 서울 한복판인 중구에서도 모두 14건의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된다. 말 그대로 서울시내는 온통 공사장이다.
일반적으로 공사현장에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있어야 한다. 공사로 인한 시민 불편에 미안함을 전하는 의미 외에도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이나 차량 등이 공사에 따른 주의를 요구하는 상황 전달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 상당수 공공공사 현장이 이러한 안내문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현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과 통행자들이 많은 곳에 반드시 걸어놓아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지하철9호선 연장공사가 한창인 강남 차병원사거리 일대. 2009년 7월 개통한 신논현역까지 1단계 공사로 일대 주민들은 수 년 동안 불편을 겪었다. 이때도 서울시나 자치구인 강남구청은 물론 공사를 수행한 건설업체들이 상황을 제대로 알리거나 주민 불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미안함을 전달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사 불편 안내문은 주민들 뿐 아니라 오가는 시민들이 전혀 볼 수 없는 펜스 안에 방치해 놓기도 한다. 한때 작업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당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컸음에도 정확한 안내는커녕 "별 문제 없다"며 사고 덮기에만 급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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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경우 시내 한복판의 지하철공사 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행이 많은 낮시간대에는 현장을 아예 덮고 통행이 가장 적은 한밤중부터 새벽까지 현장을 열어 작업을 진행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 현실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선 도로 건널목 선긋기 작업도 차량통행이 많은 낮시간에 몇 개 차선을 막아놓고 한다. 혹여라도 그은 선을 시민들이 밟기라도 할까봐 작업자가 "피해가라"며 고압적으로 소리도 지른다.
공사가 늘어지고 결국 세금인 사업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는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공사 자체에 힘을 실어주고 시민들이 이를 양보하더라도 최소한 안내문마저 설치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성의' 여부를 떠나 납득할 수 없는 행태다. 그러면서도 시공업체들은 공사장 펜스를 이용한 자사 홍보엔 여념이 없다.
시민들을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 사업이라 해도 결론적으로 관련 비용은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지방자치단체나 모든 공공기관은 시민들을 대신해 공사를 발주한 셈이다. 모든 공사현장에서 시민들을 위해 'OO 현장소장 백'이란 안내문을 걸어놓고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