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남구청,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행정대집행…주민들 "마음도 울었다"

"지난 몇 년간 마을주민들의 안식처가 돼 준 주민자치회관이 강제 철거되는 동시에 우리의 자존심과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구룡마을 거주민 이 모씨)
"무허가 건물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언젠가 저렇게 강제철거를 당하겠죠."(구룡마을 거주민 박 모씨)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에 대한 행정대집행(철거)이 진행된 16일, 무너지는 회관을 바라보며 마을 주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주민자치회관은 여름엔 홍수, 겨울엔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안식처로 통했다.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 곳에 모여 회의를 했고 때로는 사랑방 역할도 했다. 이곳 주민들은 "주민자치회관은 구룡마을 그 자체였다"고 했다. 그런 주민자치회관이 포크레인에 무너지면서 주민들의 허무함도 커졌다. 무너진 회관처럼 자신들도 언젠가 이렇게 떠나게 될 것이란 걱정이 들어서다.
철거된 주민자치회관에는 지난해 11월9일 화재로 집을 잃은 9가구 중 4가구가 남아있었다. 나머지 5가구는 서울시가 제공한 임대주택이나 친척집 등으로 이주했다. 남은 주민들은 임대아파트도 사치였다고 말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인근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생활했고 아이들도 인근 학교를 다녔다. 당장 임대주택으로 갈 경우 생활 터전이 바뀌게 될 수 있어 부담이 컸다.
한 주민은 "여기에 터를 잡고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강북에 있는 임대주택으로 들어가면 다시 여기는 못 온다. 지금 이렇게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아무 계획도 없이 무조건 임대주택으로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들이 이곳을 떠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는 임대료 부담이었다. 물론 서울시와 SH공사는 화재민들이 임대주택에 입주할 경우 보증금을 상계해주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다달이 임대료를 낼 자신이 없었던 것.
SH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임대료 6회 이상 체납자는 1217가구로 전체(총 5만8647가구) 중 2.1%를 차지했다. 체납액만 20억7890만3000원에 달한다. 1회, 2회 연체를 한다고 당장 강제 집행을 실시하진 않지만 언제까지나 이를 두고 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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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 양천구 신트리2단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 모씨는 보증금 1155만원에 월 임대료 14만4600원에 거주하고 있지만, 임대료 399만7840원과 관리비 562만3080원을 체납하면서 결국 짐을 뺐다. 중랑구 신내10단지 임대아파트(보증금 540만원·월 임대료 6만4500만원)에 살던 하 모씨도 임대료 162만580만원, 관리비 270만원을 체납하면서 강제 집행됐다.
이처럼 이전에 발생한 화재로 임대아파트에 들어갔던 전 구룡마을 거주민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결국 쫓겨났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의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지난달 31일까지 회관에서 나가지 않으면 화재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공지를 했다.
구룡마을 거주민인 지 모씨는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까 친척집에 가겠다고 하고 철거 직전까지 회관에서 생활했다. 이제 떠돌이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과연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