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올초 허용 발표했다 '안전' 이유로 뒤집어…20여곳 조합장 긴급대책회의

국토교통부가 아파트를 수직증축 리모델링할 때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안전을 이유로 이를 사실상 철회했다. 리모델링 추진 조합들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부분을 놓고 정부가 지나치게 조합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9일 오전 주택조합의 회계감사 강화와 공동주택 리모델링 허가기준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동의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은 빠졌다.
당초 내력벽 철거를 세대 내뿐만 아니라 세대 간에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연구용역을 실시했으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한 발 물러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개층 증축을 허용하고 세대 내 내력벽 철거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세대 간 내력벽 철거는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심도 있게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시간을 갖고 세대 간 내력벽 철거에 따른 안전 문제 등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전국의 아파트 단지 35개 가운데 17개 단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단지들은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염두에 두고 기본계획을 세워둔 상태로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서울 △대치2단지 △대청 △가락성지 등, 분당 △매화1단지 △느티3·4단지 △한솔 5단지 △무지개 4단지 등, 평촌 △목련 2·3단지 등, 산본 △세종 등 17곳이다.
각 지역 리모델링 추진 주택조합장들은 이날 오후 성남시 분당구에서 세대 간 내력벽 철거 불허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강구에 나섰다. 회의에는 건축설계사무소와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조합장들은 기술적으로 보완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 정부가 '탁상행정'으로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내력벽 철거는 세대 내부든 세대 간이든 비용 문제일 뿐 하중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차이가 없는데도 세대 간 철거만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또 올 초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6개월여 만에 이를 원점으로 되돌린 데 대해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정부 말만 믿고 이를 준비한 조합들은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독자들의 PICK!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포기하고 현행법을 준수하며 리모델링을 추진하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원용준 분당매화마을1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장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대부분이 중소형 평형인데 10~20평 아파트를 증축하는데 세대 간 내력벽을 못 허물어서 앞뒤로만 넓어지면 집이 긴 터널처럼 되지 않겠느냐"며 "넓고 햇볕이 잘 드는 집을 원해서 리모델링 하는 건데 이걸 규제하면 중소형 아파트는 리모델링 하지 말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조합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오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추진 백지화 경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국토부 관련 담당관 등에 직무유기로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현행법상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