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또 하나의 비리 쓰나미 '엘시티' 상륙(上)]

엘시티(LCT)사업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의 옛 한국콘도와 주변부지 6만5934㎡에 초고층 복합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101층짜리 랜드마크 타워 1개동, 85층 주거 타워 2개동(아파트 882가구)과 상업시설이 들어서는데 총 사업비가 3조원에 달한다.
해운대 백사장을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는 입지와 탁트인 해변 조망권이 압권이다. 지난해 분양 당시 최고층 펜트하우스(전용 244㎡)가 69억원에 분양됐다. 3.3㎡당 7200만원으로 국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사업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10일 부산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2006년 11월 부산시가 당초 군부대였던 이 곳을 도시개발구역으로 고시하면서 사업이 시작된다. 이 지역은 1996년 군부대가 철수한 뒤 부산시가 사들였지만 10년 동안 개발이 안 돼 주변 지역과 함께 슬럼화되고 있던 곳이다.
부산시는 이 땅을 개발하기 위해 시 산하기관인 부산도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한다. 2007년 6월 '해운대관광리조트'란 명목으로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허용하지 않고 호텔·콘도 등 관광 위락시설만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 3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냈는데 청안건설 등 20개 기업이 참여한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현 엘시티PFV)이 선정됐다. 청안건설은 10일 검거된 이영복 엘시티 회장이 대표로 있던 회사다.
사업자 선정 과정부터 의문이 시작된다. 다른 두 컨소시엄은 랜드마크 건물을 70층 높이로 설계한데 반해 트리플스퀘어는 117층으로 짓겠다는 개발안을 제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결국 사업자로 선정됐다.
주거시설 없이 일반 상업용 시설만으로 100층 이상의 랜드마크 건물을 짓겠다는 발상을 트리플스퀘어 한 곳에서만 했다는 것인데,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당시 주거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공모방침에 따라 70층 이상은 도저히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였다"면서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쪽으로 사전에 협의하고 형식적으로 공모절차를 진행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트리플 컨소가 제시한 사업계획은 기존의 규정이 바뀌어가면서 완성본으로 진행돼 간다. 부산시에는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해안경관 개선지침'이라는 규정이 있었다. 이 지침은 '중심미관지구'와 '일반미관지구'로 지역을 이원화시켜 중심미관지구에는 건축물 높이를 최고 60m 이하로 규정하고 주거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해운대관광리조트'는 중심미관지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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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9년 12월 1일 열린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이 규정이 바뀐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을 중심미관지구에서 일반미관지구로 일원화시킨 것인데 해수욕장 바로 앞에도 주거시설이 포함된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엘시티'만을 위한 도시계획심의였던 셈이다.
특히 이 결정은 회의 시작 30분 만에 내려진다. 당시 심의위원(25명)은 부산시장이 임명하는데 이중 15명이 전 현직 공무원과 시의원, 시 산하 연구기관 연구원과 연구원 출신 교수로 구성돼 있었다. 심의위원 중에는 엘시티 감사와 엘시티로부터 용역을 발주 받은 교수도 포함돼 있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 시의원을 지냈던 한 인사는 "이 건과 관련해 어떠한 공식적인 논의도 없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정치생활 그만두고 싶냐'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총 사업비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개발사업이 시의회의 아무런 견제 없이 일사천리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교통영향평가 역시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시 부산시 건축위원회 산하 교통소위원회는 정식 교통영향평가가 아닌 약식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사업을 최종 승인했는데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대한민국 교통심의 역사상 최악의 심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