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지방 아파트]공급과잉·산업침체·인구감소 3중고…"정부 대책 시급" 지적

#지난해 9월 입주한 경남 거제시 거제면 'O아파트'는 완공된지 1년이 다됐지만 전체 783가구 중 200여가구는 여전히 비어있다. 경기불황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입주때까지 팔리지 않고 남은 악성 미분양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2000만원 할인분양이 진행 중이다. 계약금 1000만원만 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잔금 30%는 2년간 무이자로 유예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거제시 덕포동 'D아파트' 역시 입주 1년이 지났지만 518가구 중 절반인 240여가구가 빈집이다. 창원시 진해구 'C아파트'도 100여가구가 준공후 미분양으로 남았다. 두 곳 모두 분양가보다 최대 25%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분양을 실시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하다. 새 아파트를 지어도 팔리지 않고 미분양만 쌓여간다. 거래는 막히고 매매가도 수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진다. 거제나 군산 등 침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할인분양을 실시하거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이 거래되기도 한다. 각종 규제에도 연일 집값이 오르고 있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62%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25%)의 2배가 넘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금융규제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의 수요까지 몰렸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권 균형발전'과 최근 보류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도 지역 양극화를 부추겼다.
반면 기타지방(광역시 제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6년11월 이후 지난달까지 21개월 연속 하락세다. 특히 거제시의 아파트 값은 올해 6.42% 하락해 전국 시·군·구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고 창원과 군산도 올해 각각 5.23%, 3.31% 떨어졌다.
미분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 6월말 기준 지방 미분양은 5만2542가구로 지난해 6월(4만2758가구)보다 22.9% 늘었다. 지방 14개 시·도 중 10개 시·도에서 미분양이 증가했다. 재고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새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 총체적인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지방 부동산 침체는 공급과잉과 지역산업 위축, 인구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조선업 불황 등으로 일자리와 인구가 감소하는데 공급은 늘어나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방은 혁신도시 조성과 수도권 부동산 침체로 인한 풍선효과 등의 영향으로 2008년부터 공급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기타지방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4만3769가구로 전년대비 23.7% 증가했고, 올 상반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4.1% 많은 8만9141가구가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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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은 늘었지만 이를 감당할 수요는 줄고 있다. 특히 거제, 창원, 군산 등 지역산업이 침체된 곳은 더 심각하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소득감소, 소비심리 위축, 주택경기 침체 등 연쇄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영상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감소는 결국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지방도시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실장은 "실수요자라면 대출이 막혀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은 수급이 안정될 수 있도록 주택 인허가 물량을 줄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