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7년 4월 4일 시카고협약(Chicago Convention on International Civil Aviation)이 발효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립된 이래, ICAO는 국제항공에 있어서 유일한 다자간 국제기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그리고 인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항공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 ICAO의 정신인 국제항공운송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제기되고 있다.
오는 4월 12일 ICAO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2022 ICAO 국제항공법률 컨퍼런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야기되는 국제항공분야의 새로운 난제를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여는 새로운 장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가 될 것이다.
국제항공법적 측면에서 이번 법률 컨퍼런스세미나에서 주목할만한 주제는 시카고협약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 각 체약국들 간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해결방법이다. 시카고협약 제84조는 체약국들 간 이견이 있는 경우 궁극적으로 ICAO 이사회에 이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ICAO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체약국들이 합의하는 임시중재재판소 또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상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임시중재재판소 또는 ICJ의 결정은 최종적이며 구속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국제항공분쟁해결제도는 사법적으로 완비된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ICAO 이사회가 분쟁에 대해 관할권을 결정한 사례만 있을 뿐 분쟁의 실체적 내용에 대해 결정한 사례가 없고 ICJ도 분쟁의 실체적 내용에 대해서 다룬 사례는 없다. 아울러 ICAO 이사회의 관할권에 대한 결정이 상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시카고협약에서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ICJ는 1972년 인도-파키스탄 분쟁 사건에서 ICAO 이사회의 관할권 결정이 상소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함으로써 ICJ도 ICAO 이사회의 관할권 결정에 대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항공운송과 해상운송은 국제적으로 통일적인 규율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UN해양법협약에 따른 분쟁해결은 실체적인 결정 사례가 다수 있는 반면 ICAO는 실체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이는 ICAO 이사회가 각 체약국들의 이견을 정치적으로 잘 조율해 현명한 결과를 도출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나, 다른 한편으로 ICAO 분쟁해결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2022 ICAO 국제항공법률 컨퍼런스'는 국제항공운송의 통일적 규율을 위해 과연 ICAO의 분쟁해결제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다.
모쪼록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마련된 좋은 기회에 각 국의 항공전문가들이 모여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속가능한 국제항공운송의 발전방향을 숙고해 한 걸음 나아간 국제항공법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