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서울 무주택자는 모두 청약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분양시장의 블루칩이었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의 분양가가 공개되자 업계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가장 수요가 많은 전용 84㎡의 분양가가 중도금대출이 나오지 않는 13억원으로 결정된데다 일부 물량은 인접 세대와 주방 창문이 마주보는 구조여서 가격대비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청약시장 한파와 겹치며 일각에선 미분양이 나올 것이란 비관론까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쟁률이 다소 낮아져도 완판은 무리가 없다고 예상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오는 25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다음달 초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분양가는 3.3㎡당 평균 3829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이 신청한 분양가 3.3㎡당 4180만원에서 8% 가량 깎였지만 2020년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가격(3.3㎡당 2970만원)과 비교하면 약 30% 뛴 금액이다.
이에 따라 전용 59㎡가 약 10억원, 전용 84㎡는 13억원 선에 공급될 예정이다. 취득세, 발코니 확장 등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실부담액은 더 늘어난다.
조합 측은 2020년 HUG에 제안한 가격과 비교하면 분양가 인상 폭이 크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일반분양을 기다린 수요자들은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급등한 금리를 감안하면 수요자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2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조합이 사업이 중단된 기간에 누적된 금융비, 공사비 증액분을 떠넘겼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둔촌주공 청약 실적은 향후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4768가구로 웬만한 대단지를 압도할 만큼 많고, 강남3구와 견줄 준수한 입지를 갖춘 까닭이다.

우려와 달리 전문가들은 둔촌주공 청약은 1순위에서 무난하게 마감될 것으로 예측한다. 분양가가 올랐지만 당분간 이를 대체할 단지가 마땅치 않아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가 올라 경쟁률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1순위 청약에서 완판될 것 같다"며 "만약 둔촌주공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암흑기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2009년 반포에서 공급한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도 미분양이 났지만, 결과적으로 그때 분양받은 사람들이 큰 이익을 봤다"며 "그런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다소 높아졌다고 청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진 전용 84㎡ 모델 경쟁률은 낮아져도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역대급 청약 인파가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분양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고, 최대 10만명이 청약할 것으로 본다"며 "분양가 조정으로 전용 84㎡를 청약하려던 수요자들이 대거 전용 59㎡ 이하 소형 평형으로 몰리면서 이들 평형의 경쟁률과 당첨 가점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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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전용 49㎡, 59㎡ 등 중소형 평형 신청자가 전용 84㎡보다 거의 5배는 많을 것 같다"며 "전용 59㎡는 60점 후반대, 전용 49㎡는 60점 중반대가 당첨권으로 예상되며 전용 84㎡는 50점대도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둔촌주공 분양 전까지 청약 수요자들이 관망하면서 이에 앞서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는 청약 경쟁률이 다소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당장 미분양이 없어도 2025년 입주 시에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분양을 완료해도 추후 입주할 때 시장이 침체한 상황이면 한꺼번에 신규 물량이 몰려 역전세난이 우려된다"며 "결국 분양 후에 피(분양가 대비 프리미엄)가 얼마나 붙을지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2008년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사태처럼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못치르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셋값이 급락하고, 이로 인해 주변 시세도 하방압력을 받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