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연이은 건설현장 인명사고를 두고 "제도상 가능한 최대치의 조치"를 지시하는 등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1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긴급 소집해 안전관리 간담회를 열기로 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어떤 규제 철퇴가 내려질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 산업재해 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직격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산업재해 사망률을 OECD 평균(1만명당 0.29명) 수준으로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한국 산재 사망률은 0.39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포스코이앤씨, DL건설, DL이앤씨(48,450원 ▲1,450 +3.09%) 등 대형 건설사에서 잇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대표이사·임원 교체와 일부 현장 공사 중단 등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현대건설도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단체들은 '중대재해 근절 TF'를 꾸리고 전국 단위 실무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경기 부진과 분양 침체 속에 숙련공 부족, 공사기간 지연, 원가 압박이라는 '삼중고'를 호소한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수도권에서 20%에 달하지만 언어·기술 장벽으로 작업 효율과 안전성이 떨어지고, 내국인 근로자는 평균 연령 52.7세로 고령화가 심화되는 구조다. 여기에 다단계 하청 구조가 안전관리 비용 축소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고용부 간담회 이후 단순 권고 수준이 아닌 실질적 제재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업계에서 나온다. 구체적으로 면허취소 및 공공입찰 제한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및 고액 과징금 부과, 안전관리 의무의 원청 전면 귀속 등 조치가 나올 수 있다.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건설업 면허를 취소하거나 일정 기간 공공사업 입찰을 금지하는 방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어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될 경우 즉시 적용될 수 있다.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에 대해 현행 과징금 수준을 대폭 상향하고, 피해자 유족이 손해배상 청구 시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늘리는 '징벌적 배상제' 도입안도 논의될 수 있다. 하도급·재하도급 구조에서 안전책임이 분산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원청이 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청업체의 안전 투자 유인을 높이고 원청의 현장 관리 강화를 유도할 수 있다.
강도 높은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업계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이미 기존 안전부서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전 현장을 상시 점검하는 체계 구축. 대형사는 자체 '안전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하청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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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구조 재편과 관련해선 재하도급 단계 축소, 최저가 입찰 관행 폐지, 장기 계약을 통한 숙련공 확보 등 구조 개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내년부터 자체 인력풀을 키워 하청 의존도를 낮추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술·장비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AI 기반 안전 모니터링, IoT 센서 활용, 무인 장비 도입 등 기술 투자를 통해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확산될 전망이다.
재무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는 공사 지연·중단에 대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를 재점검하고, 안전 투자 비용을 사전에 반영한 사업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이날 CEO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발표될 경우, 건설업계는 곧바로 위기 대응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방향이 명확해지면 안전 관련 투자와 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회동이 건설산업 체질을 바꾸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