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구축아파트들이 앞다퉈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재건축 기대감과 일대 전세난 우려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일부 단지가 사업시행 인가까지 마치는 등 여의도 일대는 서울시의 한강변 고도 제한 완화 이후 정비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여의도는 물론 영등포·마포 일대까지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여의도에서는 총 15곳의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안전진단 단계부터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준비 단계까지 진행 속도는 단지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대교아파트와 한양아파트다. 두 단지는 이미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마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준비 중으로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사업 진도를 보이고 있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분양과 이주, 철거가 본격화되는 만큼 실제 이주 수요가 가시화되는 단계다.
특히 서울시의 한강변 고도 제한 완화 발표에 따라 사업성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용적률 상향과 층수 완화 가능성이 제시되자 그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던 일부 단지도 정비계획 변경을 결정하는 등 재건축 추진 속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구축 대단지들이 비슷한 시기에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이주에 들어갈 경우 임차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의도는 지역적 특성상 대체 아파트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여의도 재건축이 자칫 마포나 영등포 등 주변 지역의 전세난으로 번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현재 여의도 내에서 정비사업 추진 단지를 제외하고 전월세 매물이 남아 있는 곳은 신축 주상복합인 브라이튼 여의도와 리첸시아 정도다. 이중 브라이튼은 전용 면적 113㎡의 전세 최고가가 32억원에 이른다. 일반 이주 수요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리첸시아 전용 면적 119㎡의 전세 호가 역시 16억원 수준으로 전세 선택지로서의 매력이 제한적이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고가로 형성된 신축을 제외하면 기존 단지 매물은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다.
결국 이주가 본격화하면 임차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금융·방송업 종사자와 학군·생활 인프라를 고려하는 여의도 주거 특성을 고려할 때 영등포·마포 등 중산층 거주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인접 지역으로 임차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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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의 전세 매물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재건축 이주 수요가 집중될 경우 여의도, 마포, 영등포 등 일대 지역의 전세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기준 영등포 지역 전월세 매물은 1065건으로 한 달 전(1313건)에 비해 18.9% 감소했다. 감소 속도도 상당하다. 이 지역 전세 매물은 불과 10일 전만 해도 1200건을 웃돌았다. 당산동, 신길동 등을 중심으로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빠지는 모습이다.
마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마포구 전세 매물은 지난달 대비 33.5% 줄었다. 공덕·아현 일대는 여의도 접근성이 뛰어나 대체 주거지로 선호도가 높은 만큼 이미 전세 가격이 고점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추가 수요 유입 시 상승세가 재차 가팔라질 수 있다.
이에 속도 조절과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의도 재건축이 도심 고급 주거벨트로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기 전세시장 안정 대책과 병행한 정교한 정책 운용이 요구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재건축은 장기적으로 도심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주 과정에서 주변 전세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거주 대책에 따라 사업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