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이 보유한 비(非)업무용 부동산의 과세 강화를 언급한 이후 국세청이 실태 점검에 착수하는 등 규제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실제 사업용 자산과 투기 목적 보유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기업이 보유한 고가주택 등을 중심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의 탈세 여부와 보유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이 보유 중인 비업무용 부동산을 지목해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해보자"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기업의 투자용 부동산을 말한다. 토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올리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영업활동에 사용하는 유형자산과는 구분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직접 사용하는 공장이나 창고는 유형자산에 해당하지만 이를 다른 기업에 임대해 수익을 얻으면 투자 부동산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생산활동에 투입돼야 할 자금이 부동산에 묶이는 구조를 바꾸고 기업이 보유한 유휴 용지를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해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로 규제 대상을 넓히며 아파트에 묶여 있는 돈의 흐름을 지역·첨단 투자로 돌리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내 상장사 1295곳이 보유한 투자부동산 규모는 총 127조221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4조7624억원(50.9%)은 정관에 '부동산 임대업' 목적이 없는 상장사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계는 업무용 부동산과 비업무용 부동산의 경계가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땅처럼 보여도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사업 확장이나 공장 증설을 위해 마련해둔 예비 부지일 수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조업체의 경우 향후 공장 증설에 대비해 인근 부지를 미리 확보해두는 사례가 많고 사업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해당 부지가 장기간 유휴 상태로 남기도 한다"며 "사옥 일부를 계열사에 임대하는 경우도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될 수 있어 이를 일률적으로 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체 분양사업을 위해 토지를 미리 확보했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미분양·시행사 물량을 떠안는 경우에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잡힐 수 있다"며 "사업 목적 보유와 투기 목적 보유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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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곧바로 주택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이 보유한 토지 상당수는 공업용지나 상업용지로 당장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서울 역세권처럼 주택 수요가 충분한 지역의 땅을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상당수는 공업용지나 수도권 외곽 부지여서 처분하더라도 주택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자금이 생산활동이 아닌 부동산에 묶이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업용과 투기성 보유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일률적인 규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