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심의 빈 공간, 주거 해법으로 바꿀 때다

[기고] 도심의 빈 공간, 주거 해법으로 바꿀 때다

황규홍 토지주택연구원 주택주거연구팀장
2026.04.15 04:30

고쳐써서(Adaptive Reuse) 활력 넘치는 도시공간 만들기

코로나 펜데믹 이후 도시공간 사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업무시설 수요는 줄어들고 비대면 소비의 보편화로 상업시설의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 과거 성장과 밀집의 상징이었던 도심의 오피스와 상가가 점차 공실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도심 내 주거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불균형은 '일하는 공간'과 '사는 공간'을 구분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유휴공간을 주거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노후 상가와 중소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실이 누적되면서 도시 활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전국적으로 약 40%가 공실이고 수도권만 놓고 보면 평균 50%에 육박한다. 사무공간 없이 금융기관 운영이 가능한 시대가 됐으며 전통적인 대형 금융기관도 점진적으로 사무공간 처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다. 정부가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LH는 비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을 매입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주거시설로 전환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별도의 택지개발이나 재건축 없이도 도심 내 주택을 신속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접근이다. 이미 LH는 과거 주거전환 사업(2020~21)을 통해 초과 용적률과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 등 법률 개정 성과도 이뤘다. 다만 실제 리모델링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항까지는 반영하지 못해 사업 지속성에 한계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뉴욕시는 급증한 오피스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도변경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025년 11월 준공한 뉴욕시 '25 Water Street'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O2R(office-to- residence) 프로젝트로 전체 1320호 중 330호가 '저렴주택'으로 공급됐다.

물론 비주택의 성공적인 주거전환을 위해 몇 가지 핵심 조건도 필요하다. 우선 교통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입지 조건이 중요하며 채광, 환기, 냉난방 효율 등 건물의 물리적 시설도 주거용으로 전환가능한 범위 내 들어야 한다. 주차 및 건축규제를 기존 건축물 특성에 맞게 유연화할 필요도 있다. 또한 주택공급 유형이 공공임대주택이더라도 리모델링 비용 등 현실적인 재원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도심의 빈 오피스와 상가는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유연적 공간활용 관점에서 개인의 효율적 주거 라이프 영위는 물론 도시공간의 효율적 작동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정책지원도 이뤄져야 할 때다. 이제는 개발이 아닌 재활용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볼 때다. 비어 있는 공간을 다시 채우는 일이 곧 도시의 미래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황규홍 토지주택연구원 주택주거연구팀장
황규홍 토지주택연구원 주택주거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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