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계산이 시작된다. 규제가 콕 짚은 곳의 수요가 사라지는 대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다. 최근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이번 개편안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초고가 주택은 1주택자가 보유한 집에서 실제 거주하더라도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70억원 수준의 주택을 70세 소유자가 10년간 거주한 경우에도 내후년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지금의 7배 수준으로 뛴다. 집값의 상단을 세금으로 강하게 누르는 셈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신호를 보낸다. 지금은 1주택자라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공시가격 12억원까지 종부세 기본공제를 받지만 앞으로는 기본공제가 실거주자는 14억원,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갈린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자기 집을 전세 주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내거나 자기 집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피해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임대시장에 있던 전셋집 하나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무주택자가 그 집을 사기는 쉽지 않다. 대출 문턱이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에게 남는 선택지는 전월세인데 그 물량마저 줄면 결국 더 먼 지역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앞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5억~6억원대 주택으로 수요가 몰렸고 노원·도봉·강북 등에서 가격이 수억원씩 뛴 단지가 나왔다. 이번에는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이 커지면서 20억~30억원대 이른바 '덜 똘똘한 한 채'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출을 막으면 대출이 덜 필요한 가격대로, 세금을 높이면 세 부담이 덜한 가격대로 수요가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시장의 피로는 누적된다. 집이 몇 채인지 얼마짜리인지 실제 거주하는지 등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고 대출 한도 역시 주택가격과 상환능력에 따라 제각각이다. 집주인은 세금 계산기를 두드리고 매수자는 대출 한도를 따지고 세입자는 다음 전셋집을 걱정한다.
정부는 앞서 공급·금융·세제 분야 토론회를 잇달아 열어 시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제 관심은 그 목소리가 앞으로 나올 공급대책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집중된다. 공공주택 물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한 민간 공급의 길도 충분히 열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집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수요 억제책의 부작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두더지잡기'식 처방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전방위적인 공급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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