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전쟁-부동산 세제]③

국회에서 부동산 세제개편안 심사가 본격화하면서 집주인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와 실거주 중심의 세제개편이 추진되는 가운데 매매와 전·월세 모두 '트리플 강세'를 이어온 서울 부동산시장의 내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권에서는 보유세 부담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우려하는 집주인들의 매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매수세는 따라붙지 않고 있다. 추가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관망세가 강해지면서 매물이 쌓이는 분위기다.
압구정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인들은 물건을 계속 내놓는데 매수인들은 가격이 더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어 물건만 쌓이고 있다"며 "오랫동안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을 걱정해 매도를 고민하고 있지만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시장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는 양도세 장특공제 개편이다. 현재 보유·거주기간에 각각 연 4%씩 적용하는 공제율을 2028년부터 보유 2%·거주 6%로 조정하고 2029년부터는 거주기간에만 연 8%를 적용한다. 공제금액도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으로 제한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하되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거센 부동산 민심에 여당 서울시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실거주자와 같은 14억원으로 높이고 양도세 장기보유 일부 공제 혜택을 계속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강남권에서는 보유세보다 장특공제 축소와 공제금액 상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오랫동안 보유한 고령층은 장특공제 축소를 두고 얻은 이익에 대한 세제 혜택을 빼앗긴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이 확정되면 2027년 절세 목적의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 위원은 "현재 강남권은 세제 개편에 따른 영향을 충분히 선반영해 당장 추가적인 호가 하락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내년 2~3분기 세 부담을 구체적으로 계산한 집주인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다시 변곡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외곽에서는 매매 거래가 주춤한 가운데 전세 매물 부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가격 상승으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 움직임까지 겹쳐 임차인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912명 읽는 중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올라 최근 매매 거래는 뜸하고 매물만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반면 전세는 물건이 매우 부족하고 빌라 전셋값 마저 기존보다 3000만~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오른 곳이 있다"고 말했다.
실거주 중심의 세제개편이 이러한 임대차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대문구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세입자와 계약을 끝내는 경우도 많다"며 "기존 세입자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곳마저 가격이 오르면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에는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들고 월세화도 진행되고 있어 임대료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세제개편에 따른 매물 증가가 매매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더라도 전월세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