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양천식 수출입은행장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정기국회 제출
영화등 서비스산업 금융지원 활성화
경협 본격화 대북거래 종합창구될 것

"국내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해외 진출의 길라잡이'가 되겠습니다. 금융지원 외에 정보,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를 강화해 사업 초기부터 계획을 짜주는 금융조정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으로 금융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관료에서 은행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지 한 해를 갓 넘긴 그는 국내은행의 투자은행(IB)부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대출 외에 업무영역을 점차 넓혀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해외시장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서브프라임은 근본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금융기관 신뢰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현재 씨티, UBS 등 세계 일류 금융기관의 3/4분기 실적이 나오고 있는데, 일부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들 기관의 3/4분기 실적이 앞으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보다 나쁘게 나온다면 금융시장의 경색이 심해지고 스프레드도 올라갈 것입니다.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사실 지난해 여건이 가장 좋았습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널려있고, 가장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행인 것은 스프레드가 올라간 상태에서도 자금이 돌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동성 자체가 경색된 것은 아니고 위험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8월20일부터 9월 말까지 주요 금융기관의 채권 발행 현황을 보면 스프레드 차이가 큽니다. IB는 높고 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기관별로 (위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은행들의 해외 진출, IB사업 확대 논의가 한창입니다. 은행권 IB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IB업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국내 은행이 골드만삭스 같은 IB를 꿈꾼다면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골드만삭스를 만들자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입니다. 반면 전통적 대출활동 외에 투자활동을 하면서 업무영역을 넓혀나간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IB 성공모델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만.
▶바클레이스나 도이치방크, BNP파리바 등 유럽계 은행의 경우 상업은행 부문과 증권업을 함께 할 수 있는 반면 미국계는 은행이 증권업을 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지주회사 형태에서만 자회사를 통해 증권업이 가능한 구조지요. 국내 은행도 마찬가지로 지주회사를 통해 증권, 보험과 연계할 수 있어 사실상 IB는 증권사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식이 좋은지, 미국식이 좋은지는 치열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 IB의 경우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 시장 저변이 확보된 상태에서 발전했습니다. 일단 자국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다음 그 힘을 갖고 해외에 진출한 사례입니다. 그에 비해 국내 증권사는 인수업무보다 주식중개(브로커리지) 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증권사가 성공적인 IB로 성장하기에 국내시장은 너무 작습니다.
―국내 IB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왕성한 창업정신이 전제돼야 합니다. 의욕적으로 회사를 창업하고, 그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창업가정신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회계가 깨끗해서 채권 발행을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면 가능하지요. 사실 투자의욕을 높이는 것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국내든, 해외든 가능성 있는 시장에 투자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외적으로 기업가정신이 매우 약화돼 있습니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이 길라잡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독자들의 PICK!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으로 국내은행의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참여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큰 프로젝트는 정책금융(ECA)과 상업은행이 각각 절반을 투자합니다. 이때 ECA가 먼저 참여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상업은행의 대출이 어려워지면 수출입은행이 보증을 서게 됩니다. 국내은행들도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통해서 리스크 부담이 큰 PF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PF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수출입은행은 PF 경험이 많습니다. PF는 정형화된 거래가 아니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어서 사업의 성격에 따라 형태가 다릅니다. 매번 구조를 새로 짜나가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경험이 풍부하고, 노하우도 있습니다.
―최근 수출은행법 개정안이 마련됐는데요.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서비스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가능해집니다. 영화, 음향, 음성물 등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에도 수출금융 지원이 활발해질 겁니다. 뿐만 아니라 자원개발이나 대외경협사업의 지원절차가 간소화되고 외국정부, 외국인이 발행하는 원화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통해 자원개발과 대외경협사업이 보다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사업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남북협력기금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까지 풀리게 되면 대북 사회간접투자(SOC)와 남북 경협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일회적이고 단기적인 남북경협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앞으로 장기적인 투자협력이 가능해지면 남북협력기금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개도국의 개발원조나 대외거래 지원을 많이 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거래의 종합창구 역할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손실보조 등 지원제도를 개선하고, 대북사업과 관련된 정보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처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태그얼롱'(Tag Along) 권한 행사 여부는 론스타가 공식 통보한 이후 외환은행 주가와 앞으로의 주가전망을 고려해 판단할 것입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은 계약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대목이 아직 확실치 않아 보유 지분 매각을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