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와 금융권 "처음처럼"

[기자수첩]정부와 금융권 "처음처럼"

권화순 기자
2008.01.10 19:29

"일단 말씀을 많이 들어야겠지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금융인의 첫 만남이 있던 9일 오후. 어떤 이야기를 하실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짤막하게 답한 뒤 서둘러 입장했다. 대부분 당선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겠노라고 답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 정작 이 당선인은 "기탄 없이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금융계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이어진 금융계 인사들의 5분 스피치. "말씀을 많이 듣겠다"던 금융계 인사들의 건의가 쏟아졌다.

주로 규제 완화에 대해서다. 한 인사는 "물이 100도가 돼야 수증기가 만들어지는데 98도만 되면 정부가 들어온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정부는 참아야 한다"는 과감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겸업주의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 금융기관의 대형화 필요성, 지주회사법 개선 등 그동안 묵혀뒀던 다양한 아이디어와 건의가 쏟어졌다. 간담회는 예정 시간보다 40여분 지나 끝이 났다. 이 당선인의 다음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후문이다.

금융산업은 특성상 정부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로 '말씀을 많이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그동안의 애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들을 전하기에는 이날 열린 간담회 만한 기회가 없다.

간담회를 끝내고 나오는 금융계 인사들의 표정은 한층 고무됐다. 할 말은 다 했다는 분위기다. 입장할 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에 길게 답하며 당선인이 과감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금융강국'이 자칫 구호에 그쳐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초기의 개혁의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곤 했다.

시장 논리보다 관 논리가 우선시되기 십상이었다. '격의 없는 대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첫 만남에서 한 목소리를 낸 것처럼, 새 정부와 금융계 사이에 격의 없는 대화가 통하는 5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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