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정부의 회계·조세정책 '유감'

[MT시평]정부의 회계·조세정책 '유감'

김광윤 아주대 경영대 교수
2009.01.29 12:13

작년 하반기에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에는 그 정도가 심하여 온 국민이 자산가치손실, 소비위축과 고용불안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의 투자 장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감세와 유가환급금 지원 등 서민층의 사회안전망 강화 그리고 4대강 정비사업과 신성장 동력산업비전 제시 등으로 경기부양 및 소비심리 진작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중 전문가들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처럼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가운데 구제금융을 선제적으로 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과감한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정된 자원을 부실기업이나 부실금융기관에 배분할 경우 자본주의 경쟁원리에도 맞지 않고 회생가능성이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최근 정부가 취하거나 취할 예정인 조치 중에 다음 것들은 문제가 있어 경제위기하에서도 해서는 안될 일이다.

첫째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입법예고하였던 외부감사대상기업의 축소조치는 공청회와 언론상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말에 국회 폭력사태 와중에 통과되지 못한 법률개정에 앞서 외감법 시행령 개정을 무리하게 밀어부처 대상기업의 규모를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함으로써 기존의 외부감사대상기업 전체의 약 20%를 외부감사 사각지대로 만드는 조치를 취하고 말았다.

감사받지 않은 회계결산서(재무제표)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교과서적 금언을 무시하고 말이다. 관련 법률은 뒤늦게 지난 1월 7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자산총액 외에 부채규모와 종업원수 등을 함께 고려하도록 개정되어 상하위 법령간 상충문제를 초래하였다.

둘째로 구랍 12월 26일자로 금융위원회가 수정요구권을 발동하여 한국회계기준원으로 하여금 유형자산의 재평가 허용, 기능통화제도 도입, 외화위험에 대한 위험회피수단의 확대, 확정계약에 대한 공정가액 위험회피회계 중단시 회계처리 개선, 비상장중소기업의 외화표시 자산?부채에 대한 특정일(2008.6.30.) 환율의 적용, 외화위험요소가 포함된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평가 유예 등의 기업회계기준 개정을 정상적 의견수렴절차를 생략하고 조치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중 비상장중소기업에 대한 특정일 환율 적용의 특례는 기말환율을 적용하는 일반원칙의 예외로 지난 해 하반기의 환율상승을 고려하여 그 전인 6월 30일자 환율(예, 미달러당 1043원)로 소급 평가하도록 한다는 것으로서 선진외국에서 채택한 예가 없는 조치이다.

당국은 유럽연합의 회계대책 조치시점인 7월 1일을 준용예로 들고 있으나 그것은 거래의 실질변화에 따른 단기매매증권의 매도가능증권 또는 만기보유증권으로의 재분류허용 조치를 왜곡한 것이다.

또한 외화위험요소가 포함된 특정파생상품에 대한 평가 유예의 특례는 비상장대기업에 대하여 환율변동영향이 조금이라도 있기만 하면 정형화된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시가가 없는 경우 계약시점 후 일체의 평가손익 인식을 재무제표 본문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단지 주석으로만 공시하도록 하는 특례를 명령했다. 이들은 회계이론상 어불성설적인 조치로서 2008년에만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는 부칙으로 볼 때도 궁색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상기 조치는 우리나라 회계사적으로 부끄러운 1975년의 재무부 지시공문(세법상의 처리를 정상적 회계기준으로 인정하도록 요구한 강압조치)을 또다시 상기시키는 괴이한 발상일 뿐이다. 비록 비상장기업에 국한하고 정상조치와의 차이금액을 주석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통상 재무제표 본문만으로 기업실적을 평가하는 현실에서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선례를 남겨 우리나라의 회계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회계신인도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모쪼록 회계기준은 조직의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중립적 측정 수단일 뿐이고, 외화관련손익을 포함하여 기업의 있는 그대로의 성적표가 재무제표인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성과가 손실인데 이를 이익으로 표시하게 회계기준을 바꾸면 이는 분식회계를 국가가 제도화하는 역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부디 공무원들의 줏대 없는 논리가 문제라고 보아 회계기준제정권이 공공부문 아닌 민간기관으로 강제위탁된 IMF 외환위기 대응 시책을 재삼 곱씹어 영혼 없는 조치는 취소되어야겠다.

셋째로 기획재정부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의하면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지출내역 보관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소액분할 결제, 기업간 카드 교환사용, 접대상대방의 차명기재 등으로 변칙 운용되기 때문이란다.

이 문제는 유흥자영업자 지원 및 소비심리 부양이라는 정책과 부패근원제거 및 기업활동의 윤리적 경영이라는 정책의 비교평량 차원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며, 오히려 현재의 제도를 강화하여 주요 선진국처럼 골프비용은 회사의 접대비로 전액 인정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럴 경우 골프회원권과 부지값은 현재보다 반값이하로 떨어질 것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대중적 스포츠로 즐길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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