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할 것같던 투자은행(IB)과 대형보험사들이 맥없이 무너져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부문까지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유사금융(shadow banking)을 취급한 투자은행 및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은행에 비해 느슨한 데서 주로 기인한다. 규제자관용(regulatory forbearance)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금융규제 및 감독 강화의 필요성을 주창했고, 많은 국가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G30 전문가그룹도 은행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MMF 등은 은행법과 유사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험사에 시스템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지급결제를 허용하겠다고 하는 등 감독 방침이 거꾸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보험사는 지급결제 대상 상품을 증권사처럼 투자예비 성격이 없는데도 타당한 이유 없이 보험상품이 아닌 예치금으로 하겠다고 한다. 만일 보험사가 수시입출금이 허용되고 이자가 부리되는 예금과 같은 예치금을 취급한다면 은행법에 따라 인가도 받지 않고 은행업을 영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보험업법상 은행이 탄생하고 전업주의 원칙도 무너질 뿐 아니라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도 위배된다.
보험사는 원스톱서비스로 고객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지급결제에 직접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객편의 제고 효과는 미미한 반면 소비자 부담만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현재 보험사 고객은 기존 은행 계좌번호를 보험설계사에게 알려주면 CMS 방식으로 수수료 부담 없이 보험료가 자동납부되고, 보험금도 아무런 불편 없이 수령한다. 반면 보험사 점포가 7320개나 있지만 실제로 송금 등 자금이체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점포가 적고 찾아보기 어려워 원스톱서비스 효과는 매우 미미할 전망이다. 따라서 고객은 보험사에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만 발생한다.
더구나 보험사가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하려면 지급결제망 참가비용, 자체 전산인프라 구축비용, 금융결제원 공동망 이용료 등 수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보험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지난해 6월 보험연구원은 "금융결제원 가입비와 전산인프라 구축 부담이 커서 보험사 지급결제 참여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보험상품에 금융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아 수시입출금식 지급결제 상품이 나오면 금융실명제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또한 보험사는 위험자산 운용비중이 36%에 달하는 등 은행보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고 있어 리스크가 큰 편이다. 이는 최근 파산위기를 겪은 대형보험사 AIG에서도 잘알 수 있다. 또 은행과 달리 지급준비금제도와 중앙은행대출을 받을 수 없어 지급결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독자들의 PICK!
전세계적으로도 보험사에 지급결제망 직접 참여를 허용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캐나다는 예금을 취급하지 못하는 생보사에 간접방식의 지급결제시스템 참가자격을 주었으나 지급결제협회에 가입한 생보사는 하나도 없다.
EU는 지급결제부문을 통일하기 위해 지침을 만들어 비예금 수취기관도 지급기관으로 지정되면 소액지급서비스 취급을 허용할 계획이다. 허용업무는 우리나라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허용된 공과금 납부, 휴대폰을 통한 소액송금, 카드결제 등과 유사한 업무에 한하며 예금 취급은 금지된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보험사의 지급결제 직접 참가는 더이상 논의하는 것조차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