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 CD연동 대출금리 택한 이유

[기자수첩]은행, CD연동 대출금리 택한 이유

권화순 기자
2009.04.24 11:43

"미국에는 휴면예금이 아예 없는 거 아세요?"

최근 만난 금융회사 임원의 얘기다. 5년간 거래가 없어 따로 관리되는 휴면예금은 국내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의 경우 1개월에 약 2만원의 통장유지비를 받는다. 다달이 돈이 빠져나가니 묵혀둔 예금이 있을 리 없다.

이뿐이 아니다. 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빼지 않고 자기 계좌의 잔액만 확인해도 수수료를 받는다.

외국 은행이 수수료수입만으로도 조달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국내 은행은 각종 우대혜택으로 송금수수료를 안 받기도 하지만 외국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임원은 "국내은행들도 외국처럼 송금수수료를 받겠다고 하면 반대여론이 들끓을 게 불을 보듯 훤하다"고 말한다.

그는 은행이 '본업'에 충실할 수 없는 이유를 이런 '척박한 환경' 탓으로 돌렸다. 키코(KIKO)나 펀드 판매로 '외도'를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은행의 '자승자박'이란 지적을 피해갈 순 없다. 은행 스스로도 그간 자산경쟁을 하면서 무리하게 서비스를 확대한 게 '부메랑'이 됐다고 인정한다. 단기성장전략에 치중하다보니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개선을 따져볼 겨를 없이 달려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만 봐도 그렇다. 뒤늦게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D뿐 아니라 고금리채권이나 예금상품을 팔았다. 그런데 CD금리가 계속 떨어진 탓에 '역마진'이 난다는 얘기다.

당초 CD금리 연동방식을 택한 건 은행이었다. 국내에 진출한 HSBC은행을 따랐다. 이 은행은 법인이 아닌 지점이었던 탓에 규정상 금융채를 발행할 수 없었다. CD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다보니 자연스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CD금리에 연결했다.

낮은 금리로 대출하던 HSBC에 뒤질세라 시중은행도 속속 CD금리 연동 상품을 내놨다. 대출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2004년부터였다. 이후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조달원가를 반영한 내부금리 연동 대출을 선보였으나 산정방식이 불투명하다는 당국의 지적으로 더이상 팔지 못했다.

은행들이 이제와서 수수료문제나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를 뜯어고치자니 여러 모로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단기 성과보단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영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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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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