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기준조정 눈치보기

은행, 대출금리 기준조정 눈치보기

김익태, 임동욱 기자
2009.04.20 17:08

"금리인하 압박 커질라" 논의도 백지화

'역마진'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은 대출 금리만 생각하면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 여파로 시중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원가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높이기 위해 고금리도 자금을 조달했었다. 이들은 직원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감안하면 대출해 줄수록 손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대출을 안 할 수도 없다. 금융당국이 최근 경제위기로 기업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은행에 대출을 계속 독려하고 있다. 은행들은 연체율 상승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충당금 적립 등으로 여유가 없는 형편이어서 속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한다.

슬그머니 대출 가산금리를 높여 수익성을 맞춰보려 했지만, 고객 민원 등에 '본전'도 못 챙겼다. 아예 대출금리 체계를 바꿔보려는 시도도 했다. 그동안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됐던 양도성예금증서(CD)를 통한 자금조달이 은행권 전체 조달의 10~20%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 것.

은행들은 금융연구원 등의 자문을 통해 CDㆍ예수금ㆍ금융채 등을 모두 반영하는 금리체계 도입 방안을 검토했지만 스스로 백지화했다. 그간 논의를 '없던 일'로 한 것은 새 기준을 만드는 경우 단기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더 큰 압박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 은행들이 지레 겁을 먹은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인 은행들이 대출금리 체계 수정을 검토할 정도로 (역마진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금리체계 변경을 더 이상 논의하지 못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역마진이 나더라도 사회적으로 '욕'을 먹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인 셈이다.

감독당국은 이 문제를 시장에 맡겨두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신규 대출의 가산금리는 상대적으로 크게 높였다"며 "하지만 최근 조달금리가 많이 떨어져 앞으로 2~3개월 지나면 신규대출 금리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 체계를 바꾸는 것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면 금리체계 변경이 고객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다"며 "CD 연동 금리체계는 금리가 떨어질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지만 반대로 올라갈 때는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 금리체계로 바꾼다면 당장 고객의 금리부담이 높아지게 되나, 금리가 계속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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