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가 지급결제업무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은행이 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금고, 저축은행, 증권사에도 지급결제가 허용됐는데, 왜 보험사가 하면 안되나."
지급결제 허용 여부를 놓고 은행권과 보험업계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지급결제망을 손에 쥐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 다른 업종인 보험사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보험사가 지급결제 기능을 통해 기존 은행고객을 대거 빼내가는 경우 수신기반이 더욱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보험사에 수시입출금 기능을 부여하는 지급결제 허용방안이 포함돼 있다. 보험권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다뤄질 것을 내심 기대했지만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에 속이 탄다.
양측의 갈등이 아직 표면화한 상태는 아니다. 이 논란이 자칫 '업종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양측이 수위조절을 하고 있어서다.
지급결제 허용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상반된다. 또한 업계 최고의 브레인들을 통해 논리적으로 무장하고 있는 만큼 시비를 가리기도 어렵다. 언론조차 이 문제에 대한 제언을 쉽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한 논란이라도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통하면 풀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최근 위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과연 민감한 지급결제 이슈를 급하게 풀어갈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수시입출금업무가 보험업의 본질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칫 예금 수취 기능을 보험사에 허용하는 경우 은행법 규제를 받지 않는 은행업을 허용한 것과 같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이 '사실상 재벌의 은행업 진출'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복되는 금융위기에서 확인됐듯 금융시스템의 생명은 '안정성'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업종간 칸막이가 사라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안정성' 검토는 충분히 해도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