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업계의 묵직한 답변

[기자수첩]카드업계의 묵직한 답변

오수현 기자
2009.07.20 07:34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신용카드사들을 고쳐 놓을 거야! 이익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 같으니라고…."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최한 '여전업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한 여당 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사실 고함에 가까웠다. 그의 '까칠한' 말에는 카드업계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시각이 그대로 녹아있다.

국내 카드업계는 해외에서 되레 대접을 받는다. "신용카드가 탄생한 곳은 미국이지만 카드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은 한국"이라는 게 해외 카드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용판매 실적은 지난해 300조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민간소비지출에서 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이제 카드는 하나의 산업을 넘어 국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위상에도 불구 정치인들에게 카드사는 여전히 신용대란의 주범이며, 가난한 농노(중소상공인)에게서 얼마 안되는 소작물(수수료)을 빼앗는 못된 지주다. 국회에 불려나간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이렇게 높냐", "카드 발급 남발해서 제2의 신용대란을 만들 작정이냐"는 의원들의 호된 질책에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2007년 말부터 3차례에 걸쳐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다고 얘기해도, 중소·영세가맹점에 대한 카드 매출세액 공제율이 1.3%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 수수료율은 대형가맹점과 비슷하다고 말을 해도 듣질 않는다. 아무 맥락도 없이 "인식 수준이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말만 되돌아온다.

이날 공청회에선 "1만원 이하 소액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가맹점을 영업장 면적을 기준으로 구분해 중소형 가맹점이 실질적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생산적인 제안을 내놓은 의원도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이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모처럼만에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공청회가 끝나고 3일 뒤 지난 6월말 카드 연체율이 지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3.10%(가집계)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의원들의 호된 질책에 카드업계가 객관적 수치로 묵직하게 답을 한 셈이다.

결국 정책당국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공부하는 의원이었고, 경기회복의 희망적 메시지를 전해준 것은 실적으로 답한 기업이었다. 소용도 없는 윽박지르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가 아쉬웠던 현장이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