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장들 앉는 순서좀 바꿉시다

[기자수첩]은행장들 앉는 순서좀 바꿉시다

권화순 기자
2009.07.27 07:48

"은행장들 앉는 순서부터 바꿔야합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관행처럼 굳어진 은행장들의 자리 순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간 은행 덩치를 가늠하는 총자산 순서로 배치되기 일쑤였다. 언론 보도 역시 이 순서대로다.

이 관계자는 "감독원이나 재정부, 청와대에서 주최하는 간담회에선 다른 기준으로 배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국이 나서서 총자산 경쟁을 부추기는 꼴이라는 얘기다. 그럴 수록 건전성 관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한 은행장도 '건전성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예로 들었다. 은행권에선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를 두고 공방이 뜨겁다.

투자를 단행한 건 황영기 전 회장(KB금융지주 회장)이다. 후임인 박병원 전 회장과 박해춘 전 행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손실 확대를 막지 못했다. 그게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행장 재임 기간에 대규모 손실로 드러났다.

은행장은 "파생상품에 투자한 자체만으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 "문제는 투자를 한 후에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투자를 했느냐보다 누가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았냐가 초점이란 얘기다.

금융위기를 겪은 후 은행들도 바뀌는 중이다. 자산경쟁보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로 경영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일례로 은행원의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인 핵심평가지표(KPI)를 하반기에 크게 바꿨다.

우리은행은 2007년까지 가장 중요한 평가지표였던 자산 확대 항목을 아예 뺐다. 대신 총자산이익률(ROA)를 추가했다. 하나은행은 수익성 항목 비중을 최소 50% 이상으로 올렸다. 순이자마진(NIM)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물론 인수·합병(M&A) 이슈는 여전하다.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번에 자산 '1등 은행'으로 뛰어 오를 수 있는 기회인 탓이다.여기에 A금융지주의 해외 은행 인수 물밑작업 얘기도 꾸준하다.

이를 두고선 M&A 매력도가 떨어짐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무리수란 지적도 있다. M&A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산의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둬야할 때란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