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의 자활을 도울 미소금융중앙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을 놓고 은행권이 고민하고 있다. IMF외환위기 당시 출연한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발생한 수천억원의 이익금을 내놓은 방안이 고려되는데 세부안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좋은 일에 쓰는 것이라 말은 못하지만 이익으로 잡힐 잉여금을 출연하는 데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일부 은행은 이익금 배당을 받지 못하는 터라 미소재단 출연이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18개 은행장들은 지난달 말 저신용자 지원을 위한 '미소금융재단'에 2015년까지 25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7000억원가량의 휴면예금 출연과는 별도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쉽게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출연재원을 놓고 은행별로 의견이 분분한 탓이다. 은행연합회에서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각 은행에 전달한 상태다.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11월 은행권은 정부의 압박을 받으며 부실채권정리기금에 5700억원가량을 출연했다. 정부는 2002년 3조5000억원을 내놨다.
그런데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예상치 못한 이익이 나기 시작했고 정부는 2006년 10월 법 개정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은행권에 돌려주기로 했다. 정부와 금융회사간 잉여금 분배비율은 출연규모에 따라 86대14로 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2차례에 걸쳐 6조원을 챙겼고 은행권은 지난해 7000억원(예금보험공사 정리금융공사 제외)을 돌려받았다.
문제는 은행별 배당액이 달라 미소금융재단 출연금 규모가 차이난다는 점이다. 일부 은행은 잉여금을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 예컨대 SC제일은행의 경우 정리금융공사로 넘어갔다 재매각돼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
배당금은 정리금융공사가 받아가는 구조다. SC제일은행은 "출연을 할지 말지 검토중이고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연하려면 따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탓에 난감한 처지라는 설명이다.
독자들의 PICK!
은행별로 출연비율도 제각각이다. 부실채권기금 잉여금 배당비율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12.1%(약 400억원)로 가장 높고 △국민은행 5.6% △신한은행 10.3% △우리은행 8.8% △기업은행(22,550원 ▲50 +0.22%)4.2% △농협 3.5% △산업은행 10.5% 등이다.
이익금으로 잡힐 돈을 출연금으로 내놔야 하는 것도 불만이다. 앞서 지난해 받은 배당금 7000억원 역시 캠코 산하 신용회복기금에 고스란히 출연해야 했다. 기금으로 사들인대우인터내셔널(84,900원 ▼100 -0.12%)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132,300원 ▼1,600 -1.19%)대우일렉 등의 매각이 이뤄지면 추가로 나올 이익금이 상당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엄연히 은행 수익금인데 신용회복기금이나 미소재단에 출연한 선례가 있는 탓에 앞으로 나올 잉여금도 다른 곳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서민을 돕자는 취지인데 돈을 안내놓기도 뭐하고 이래저래 난감한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