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 김모 차장(40)은 얼마전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A은행을 찾았다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신용대출 한도가 3년 전 2000만원에서 얼마 전 1600만원으로 20% 축소됐다는 얘길 들은 것이다.
김 차장이 근무하는 곳은 A은행의 우수거래처여서 직원들은 금리와 한도가 유리한 '임직원 우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초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은행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예전 혜택은 사라졌고, 되레 부실기업에 근무한다는 꼬리표가 붙여버렸다. 김 차장은 "400만원을 상환하면 만기를 연장해주겠다"는 은행원 제안에 분통을 터뜨렸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히 돈을 마련해 겨우 만기를 연장했다.
시공능력 순위가 상위권에 드는 B건설사의 박모 부장(43)도 지난달 3000만원의 '임직원 우대' 대출을 연장하면서 500만원을 상환해야 했다. 올 초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다는 게 이유였다. 이 회사도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은행들이 우대대출 한도를 갑작스레 줄이면서 피해를 보는 회사 직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들어 구조조정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풍속도다. 회사 구조조정 때문에 속타는 직원들은 은행 창구에서 또한번 울어야 한다.
김 차장은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사전 통보 없이 직원 대출금도 상환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개인적으로도 10년 넘게 거래했고 그간 연체 한번 없었다"고 답답해 했다.
은행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출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신용도를 보지만 직장인의 경우는 회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논리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은행들이 위기 때 정부 지원을 받으며 내세우는 '공적기능'과 연결하면 너무 이중적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그리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은 정부에 외화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의 지원은 결국 국민들이 모은 자금으로 이뤄졌다.
김 차장이나 박 부장이 경험한 은행의 행태는 '비 맞는' 고객의 우산 뺏기와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