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춘문예 대상 '금속사랑'(1)

경제신춘문예 대상 '금속사랑'(1)

[제5회 경제올림피아드]

1. 금속장사, 금속이야기

금속(Material)과 함께 한지도 벌써 20년이 흘렀다. 30대 중반쯤에 전역하고 사회의 첫 직장이 금속과 관련된 무역회사였다. 주요 니켈 및 니켈합금, 티타늄 및 티타늄합금 등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은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여 국내 여러 업체에 공급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금속과 나는 현재까지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불과 금속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인류문명은 암흑이 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드디어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자연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인간은 불을 운반하기 쉽도록 정착생활을 시작했으며 불을 이용하는 방법도 강구했다. 그 후 돌에서 광석을 채취하여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그리고 철기시대를 걸쳐 로제타석시대를 맞으면서 금속활자가 이용되었고 그 후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보다 발달된 성형 문자인 알파벳을 고안해 편리하게 사용하였다.

금속을 다루는 기술과 새로운 금속의 발견으로 오늘날 금속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 몸에서부터 거대한 공장까지 금속 부치가 끼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수많은 금속 중에서도 인류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은 청동과 철이었다. 이것은 인류 시대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로 나누어진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청동기 시대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시작되었고 철기 시대는 기원전 500년경부터 시작되었다. 20세기 이후에 플라스틱이나 세라믹과 같은 신소재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를 통하여 인류는 처음으로 금속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금속을 생산하려면 독립적인 전문가가 필요하였고 이에 따라 청동기 시대에는 장인 계층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청동은 희귀한 금속이었기 때문에 청동의 용도와 사용자는 매우 국한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철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매우 폭넓게 사용되었다. 철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귀족이나 장인을 넘어 평범한 농부도 금속으로 된 도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철기 시대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2. 금속의 미스터리(Mystery)

이십여 년 금속과 함께하면서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다. "금속은 거짓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올초 거래처로부터 원자재 가공품(Forged Ring) 주문을 받고 미국 Forged Ring 공장(A사 및 S사)에 주문을 하고, 약 12주 후인 지난주 A사에서 생산한 원자재를 항공편으로 선적하였다.

거래처에서 방문해 달라는 긴급 호출이 왔다. 이유인즉 통관하여 반입한 원자재 90%가 육안으로도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금이 심해 현재 회사 분위기는 말이 아니란다. 나는 깜짝 놀라 거래처에 달려갔다. 아뿔싸, 어째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전체를 LOT 불량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직접 반입된 원자재 상태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상대에게 메일로 보냈다. 미국 생산 공장에서도 깜짝 놀란다. 출하하기 전에 검사도 꼼꼼하게 이루어졌고 이상이 없었는데 표면 및 내면에 크고 적은 금이 간 불량품이기 때문이다. 공급처에서도 원인 규명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2주가 지난 현재까지 금이 발생한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완료까지 12주 걸린 물건을 3주 만에 재생산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공급받은 측에서는 불안하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항공편으로 선적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저쪽에서는 금이 간 원인을 항공 선적한 데서 찾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공급처에서 주장하는 것은 원자재 특성상 냉각된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도의 비행에서 금속의 특성상 금이 갔다는 애매모호한 논리였다. 다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선박으로 선적할 수밖에 없다는 미스터리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으니 답답할 뿐이다.

제조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아니면 공급처 주장대로 항공편으로 이동 중에 급랭의 온도 차이 때문에 영향을 받았는지 현재로서는 원인을 알 수 없다. 무역중개자로서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오죽 급했으면 무게가 적지 않은 물량을 항공편으로 추진했겠는가. 이른 시일 내에 원인이 규명되고 쌍방 협의하여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한 번 꼬인 일이 잘 해결되기란 쉽지 않다. 쌍방의 견해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정, 중재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기도 하다. 금속은 사람을 속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금속을 믿는다.

3. 요즈음 쇳덩어리가 금값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부동산)보다 더 치솟은 니켈가격 상승으로 모든 쇳덩어리는 금값이 되었다. 이삼 년 전에 비해 100% 이상 상승하다 보니 쇳덩어리를 사용하는 회사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일반 철 구조물, 배전시설, 맨홀뚜껑, 소화전 밸브, 전선 교통 이정표시판 등 일반생활에 필요한 쇳덩이까지 몰래 훔쳐갔다는 뉴스를 접하고 세상 참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이런 것까지 훔쳐갈 생각을 했을까. 텔레비전을 보다가 껄껄 웃고 말았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쇳덩어리도 공급량이 부족하여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수입하는데 애로가 많다. 환율은 내려갔지만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거래처에서도 원가절감차원에서 여러 오퍼상에게서 복수로 견적을 받아본 후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일쑤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돌아오는 이익도 점점 줄어들어 챙길 것이 없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철강생산국이라며 철강이 경제성장에 일조하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특수 비철금속은 전혀 생산이 되지 않는 실태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달러를 지불하고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 유수의 철강회사가 생산능력이 없어서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는 보지 않는다. 단지 수요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돈이 되지 않아 생산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언제까지 생산을 주저할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몇 주 전에 반도체업체에서 LCD 용 원자재인 인코넬(Inconel 600)*판 및 봉재를 공급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요구하는 규격이 까다로워 일반 판이나 봉으로는 사용용도에 적용할 수가 없어 다시 단조(Forged)품을 만들어야 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단조품으로 수입 시에는 단가가 매우 높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일반 봉을 수입하여 국내 단조공장에서 단조품으로 만들면 된다. 몇 군데 단조공장을 수배하여 원하는 규격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상담을 했다. 우선 원자재에 대한 특성을 알려주고 가격과 납기를 요구했다. 단조 비용은 그다지 비싸지는 않지만 큰문제가 있다.

만약에 단조품을 만들다가 실수로 금이 간다든지 갈라진다든지 하여 불량품이 발생하면 그 책임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단조공장 사장은 한 개에 몇 백 만원 하는 원자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답변이다. 단조공장 사장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책임을 지지 못한다는 말에 화가 났다. 단조공장에서는 이런 논리였다. "단조 비용, 십 몇 만원 받겠다고 실수로 불량이 발생했을 때 원자재 대금을 완불하라면 단조품을 만들 수 없다"는 완강한 답변이다. 소개받은 또 다른 단조공장에서도 똑같은 답변이다. 그럼 단조공장에서는 실수해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인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면서 떳떳하게 고객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단조공장을 믿고 실수가 없기를 바라는 것 외는 다른 방도가 없는가 아니면 다시 수정하여 외국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단조품을 만들어 다시 수입을 해야 한단 말인가.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인코넬600(Inconel 600)은 Inco Alloy International (현 Special Metals )의 등록상표로 니켈, 크롬이 다량 함유돼 내산화성, 내환원성이 뛰어남. 특히 고온 내식성이 요구될 때 사용된다. 사용 용도는 열처리설비, 전자부품, 반도체부품, 화학 및 식품관련설비, 핵발전소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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