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비소구 금융' 도입해야

부동산 PF, '비소구 금융' 도입해야

길진홍 기자
2010.02.24 10:29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2월22일(08:58)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최근 자금난 루머가 돈 A건설사의 서울 재건축 사업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에 참여하려는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보험사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주단 윤곽이 잡혔지만 또 다른 시중은행이 전액 대출을 제안하고 나섰다. 주채권은행은 느닷없이 금융 주관사 자리를 내어줄 것을 통보했다. 은행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건설사는 묘안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B건설사.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사옥 매각 압력을 받고 있다. 대출금 회수를 위해 주채권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사옥 처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회사 측은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사옥 지키기에 필사적이다. 그러는 사이 하도급업체의 대금결제에 필요한 신규 자금 조달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 얼마전 C건설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담보대출(Asset Backed Loan, ABL). 6%대의 낮은 금리에도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몰리면서 오버부킹(예정금액 초과)됐다. 대형 건설사가 제공한 지급보증약정을 보고 금융회사들이 몰려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PF 자금 회수에 주력해왔다.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생존과 맞닥뜨린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사후관리, 즉 대출금 회수였다. 공매, 시장매각 등을 통한 보유담보 처분이 잇따랐다. PF 여신 고정화를 우려한 은행들은 자금 회수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리고 이것은 자금운용의 문제로 이어졌다. 빌려준 돈을 회수해 누군가에 다시 빌려줘야만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고민은 마땅히 자금을 굴릴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건설사들이 미분양 적체로 신규 사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형 건설사들도 개발사업이 한정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간 대출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지급보증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갑'의 자리를 탈환한지 오래다. 일부 중견 건설사도 상식 밖의 낮은 금리에 PF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최근 일부 은행들의 자산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건설사 신용에 기댄 PF 대출은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건설사 지급보증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은행은 덩달아 자금 회수 길이 막혀 있다. 제2의 금융위기가 찾아온다면 또 다시 발목을 잡을 게 분명하다.

지급보증을 대체하는 새로운 개발금융 구조가 정착돼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보증이나 담보 없이 현금흐름을 상환 재원으로 하는 비소구금융(non-recourse financing)을 제안한다. 오래 전부터 나온 개념이지만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건설사 신용보강으로 충분히 자금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LIG증권 조영구 상무는 “외환 위기 이후 은행의 내보 유보율이 넘치면서 주택 가수요를 촉발시켰고, 이후 건설사 지급보증이 크게 늘어나 오늘날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단순히 시공사 지급보증에 기댄 개발금융은 종식을 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금융의 역할을 건설사에 떠넘기는 시대는 지났다. 이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게 금융위기가 남긴 교훈이다. 얽히고설킨 PF 시장의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건 은행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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