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을 통한 은행권 재편 이슈에 다시 불이 붙었다. 최근 대형 은행 수장들이 변화하는 은행업계 지형의 중심에 서겠다고 잇따라 밝히면서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 1일 "7월 이후 은행권 M&A의 윤곽이 드러나 은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대형화를 위한 M&A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2일엔 "상반기 중 민영화 방안이 확정되면 금융산업 재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강정원 KB국민은행장)는 말도 나왔다.
은행장들의 이런 언급이 특별히 새로운 건 아니다. M&A를 통한 '짝짓기'와 은행 대형화는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몸집불리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은행장들이 최근 앞다퉈 내놓은 '주도적 역할론'은 경쟁은행들과의 '기싸움'이나 승리를 향한 '다짐'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당국이나 시장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은행권 재편이 혹여나 정부 '입맛'에 맞는 '짝짓기'로 변질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다.
은행권 빅뱅의 핵인우리금융민영화는 올 상반기에 확정돼 하반기쯤 실행된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 전에는 의장국 지위에 걸맞은 대형은행이 하나쯤 탄생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가 있어 그때까진 액션을 취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돈 후 이렇게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민영화 일정이 조율된 사례다.
금융산업의 특수성이나 중요성을 감안하면 여러 사정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 시기가 충분히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가 A은행을 B은행에 주고 C은행은 D은행과 합치기로 했다더라"는 소문처럼 '정치적 고려'가 개입돼선 곤란하다. 과거 국내 금융권의 대표적인 대형 M&A들이 항상 뒷말을 낳았기에 하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정부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금융산업의 발전'이다.